축조 연대 밝힐 과학적 근거 나와
집수지 출토 나무기둥 분석 결과
기존 축조 시기보다 1세기 앞당겨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삼국시대 성곽으로 알려진 연제구 배산성(시 지정기념물 제4호, 연산동 산61 일원)의 축조 연대를 밝힐 과학적 근거가 나왔다.
부산 연제구(구청장 이성문)는 배산성의 2017년 제1차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나무기둥 유물의 과학적 연대를 분석한 결과 446년에서 556년 사이인 것으로 나타나 배산성의 축조 연대를 밝힐 과학적 근거를 찾았다고 25일 밝혔다.
기존에는 배산성의 축조 시기를 발굴지에서 출토된 토기편과 기와편, 성벽의 축조수법 등 고고학적 연구성과를 통해 7세기 전반~7세기 중반(600~650년)인 것으로 봤으나, 위글매치법에 따라 나무기둥 연대를 분석한 결과 5~6세기경(446~556년) 참나무 원목을 베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기존의 축조 시기보다 최대 1세기(50~100년)를 앞당길 수 있는 근거다. 위글매치법은 일정 간격의 나이테에 대해 연속적인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을 한 후 위글이라는 보정곡선에 일치시켜 정확한 절대 연대를 찾는 방법이다.
함께 출토된 ‘을해년(乙亥年, 555년, 615년, 675년 중 하나로 추정)’명 목간에 대한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가 나오면 배산성의 축조 연대 상향 조정을 비롯해 신라 산성의 축조 양상과 신라의 지방 통치와 관련된 한국 고대사 연구에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배산성은 발굴조사 이전에는 이중토성으로 알려져 왔으나, 2016년 시굴조사를 시작으로 2차례에 걸친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의 발굴조사 결과 전형적인 고대 석축산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남 최대 규모의 원형집수지 2기와 건물터, 축대, 삼국~통일신라시대 성벽이 발견돼 부산 고대사 연구의 주요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배산성 집수지에서 부산 최초의 목간과 대나무발, 나무기둥 등 국내에서도 출토 사례를 찾기 힘든 희귀 유물이 출토됐다. 구는 지난해부터 대나무발과 나무기둥의 원형복원을 위해 한국전통문화대 목재문화재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해 보존처리를 진행해왔다.
지난 3일 개최된 중간보고회 및 자문회의에서 연구팀은 대나무발의 경우 길이 2.54m, 너비 1.23m 크기의 대형으로, 수종은 대나무로 판명됐으며, 대나무살을 엮은 끈 부분은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옻칠을 했고 연구 초기에는 돗자리로 추정했으나 대나무살이 너무 얇아 대나무발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한편 대나무 발 바로 아래에서 출토된 길이 327㎝, 두께 5.5~8㎝의 네모진 나무기둥은 위쪽부터 아래로 약 20㎝ 부분은 구멍에 끼울 수 있도록 뾰족한 형태로, 아래 끝 부분은 사각형에 가깝게 가공했으며, 수종은 재질이 단단한 상수리 나무류의 참나무인 것으로 판명됐다.
나무기둥의 용도는 집수지 상부의 덮개물을 지지하는 기둥이라고 제시됐으나, 발굴조사를 담당한 부산박물관은 길이 3m가 넘는 점, 상부 끝 형태가 마치 오늘날 텐트의 폴(pole)대와 유사한 점 등으로 보아 당시 군인들이 임시주둔지에서 사용하던 군막(軍幕)의 기둥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구 관계자는 “그간 발굴 연구조사 결과를 종합했을 때 배산성지는 왜적의 침입에 대비한 중요 군사 요충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도 우리 구의 소중한 문화재를 원형의 모습 그대로 발굴ㆍ정비해 역사ㆍ학술적 가치를 규명함은 물론 교육ㆍ문화적으로 활용해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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