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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부터 철학과 교수까지, 서울대 ‘어벤져스’가 뭉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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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부터 철학과 교수까지, 서울대 ‘어벤져스’가 뭉친 이유는

입력
2019.04.25 14:47
수정
2019.04.25 20:5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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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23명이 기술과 인간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한 토론을 압축한 ‘공존과 지속’이 최근 출간됐다. 이 프로젝트의 좌장을 맡은 서울대 교수들이 22일 교정에 나란히 모였다. 왼쪽부터 장대익(자유전공학부), 권혁주(행정대학원), 김기현(철학과), 이정동(산업공학과) 교수. 민음사 제공
서울대 교수 23명이 기술과 인간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한 토론을 압축한 ‘공존과 지속’이 최근 출간됐다. 이 프로젝트의 좌장을 맡은 서울대 교수들이 22일 교정에 나란히 모였다. 왼쪽부터 장대익(자유전공학부), 권혁주(행정대학원), 김기현(철학과), 이정동(산업공학과) 교수. 민음사 제공

대한민국에서 토론은불가능한 미션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일단 마주 앉기를 꺼리고, 점잖게 시작해도결국 얼굴 붉히고 헤어지는 게 흔한 풍경이다. 여의도 정치인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교수들이 모인 학계도만만치 않은‘불통의 리그’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무시무시한 변화는 그런 학자들을 뭉치게 했다.

지난 22일 서울대 교수회관에 이정동(산업공학과), 권혁주(행정대학원), 김기현(철학과), 장대익(자유전공학부) 교수 등 평소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서울대 교수 4명이 나란히 앉았다. 2015년부터 서울대 교수 23명이 참여한 토론프로젝트팀 ‘기술의 미래’를 이끈 좌장들이다.이들은 유전 기술, 에너지, 인공지능, 교육 등 4가지를 주제로 나눈 치열한 토론의 결과물을 ‘공존과 지속’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어 냈고,이날 모인 건 책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때문이었다. “같은 캠퍼스를 누비면서도 평생 말 한번 섞어볼 일 없는 교수들이 아침마다 한데 모였죠.”

서울대 교수들이 ‘미래’를 논한다고 하니 똑 떨어지는 경제 성장 먹거리나 4차 산업 혁명의 정책 대안을 기대할 법 하지만, 그런 내용은 책에 나오지 않는다. ‘기술의 혁신이 가져올 거대한 사회 구조 변화 속 인간의 미래와 방향’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서울대 교수 23명이 기술과 인간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한 토론을 압축한 ‘공존과 지속’이 최근 출간됐다. 이 프로젝트의 좌장을 맡은 서울대 교수들이 22일 서울대 교수회관에 모여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장대익(자유전공학부) 김기현(철학과) 이정동(산업공학과) 권혁주(행정대학원) 교수 민음사 제공
서울대 교수 23명이 기술과 인간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한 토론을 압축한 ‘공존과 지속’이 최근 출간됐다. 이 프로젝트의 좌장을 맡은 서울대 교수들이 22일 서울대 교수회관에 모여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장대익(자유전공학부) 김기현(철학과) 이정동(산업공학과) 권혁주(행정대학원) 교수 민음사 제공

유전자도 편집할 수 있는 시대, 질병 치료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기술이 허용될 수 있을까,개인이 지식 창조자가 되는 세상에서 대학의 존재는 과연 필요할까…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속단하면 오산이다.장대익 교수는 “창조경제나 4차 산업혁명보다 더 중요한 화두”라고 강조했다.

책의 백미는 토론 초기 첨예하게 대립하던 이공계와 인문계교수들이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교차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다.김기현 교수는 “기술과 관련해 공학자들은 대개 위험한 유토피아에, 인문사회학자들은 근거없는 디스토피아에 빠져 있었는데,논의를 거듭해 가면서 공학계는 신중해지고 인문사회 쪽은 현실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큰 수확이었다”고 말했다.

공존과 지속

이정동 권혁주 김기현 장대익 외

민음사 발행ㆍ516쪽ㆍ2만5,000원

교수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기술과 인간의 선순환적 발전을 도모하는 시도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권혁주 교수는 “앞으로 대학교육은 기계에 의존하는 인간이 아닌 기술을 활용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상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정동 교수는 “인간의 지향점에 따라 기술의 패턴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지금까지의 추격형 기술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품은 고민을 담은 기술이 나올 수 있고, 그게 바로 우리 고유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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