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한때 의장실 점거… 文의장, 대치 중 여성의원 양 볼 만져
의장실 “있을 수 없는 폭거 개탄” 한국당 “모멸감, 의장직 사퇴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의결을 하루 앞둔 24일 국회는 격렬한 대치가 이어져 몸싸움과 막말, 고성으로 얼룩졌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후폭풍으로 국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몰려가 오 의원의 사개특위 사보임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이 과정에서 문 의장이 임이자 한국당 의원의 양 볼을 만져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그야말로 혼돈의 하루였다.
한국당 의원 80여 명은 이날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오 의원의 의사에 반해 사개특위 사보임을 강행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 의장의 집무실을 항의 방문했다. 상임위원의 사보임은 원내대표의 요청과 의장의 승인이 있으면 가능해, 오 의원을 사보임시키지 말라고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문 의장에게 “국회 역사상 제1야당과 협의 없이 선거제를 일방적으로 바꾼 사례는 없다”며 “국회의 큰 어른인 문 의장이 나서서 제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의원의 사보임과 관련해서도 “(허가하면) 의장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 의장은 “(이렇게) 겁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최후의 결정은 내가 할 것”이라며 “국회 관행을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약속한다”고 했다.
문 의장의 자제 요청에도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과 항의는 계속됐고, 이에 문 의장이 집무실을 빠져 나가려 하자 의원들이 둘러싼 채 “우리가 보는 앞에서 확답을 하라”고 소리쳤다. 문 의장의 바로 앞에서 막아서고 있던 김명연 한국당 의원은 경호원이 다가오자 밀쳐내는 위협적 모습을 보였다. 문 의장은 “이럴 거면 차라리 멱살을 잡아라”, “국회가 난장판이다. 이게 대한민국 국회가 맞냐”고 격앙됐다. 이 때 임 의원이 양 팔을 벌려 문 의장 앞을 가로막자, 의장은 어린아이 대하듯 임 의원의 양 볼을 만졌다. 대치상황이 길어지면서 나 원내대표는 “그냥 보내드리세요”라고 했고, 문 의장은 가까스로 의장실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지 30여분 만이다.
이후 문 의장은 큰 쇼크를 받은 듯 건강이상 증세를 보여 국회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했다. 박수현 비서실장은 “의무실에 도착했을 때 맥박이 (빠르기가) 평소의 두 배가 넘었다”고 전했다. 국회 대변인실은 의장 입원 후 입장문을 내고 “있을 수 없는 폭거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수장에 대한 심각한 결례이자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힐난하며 한국당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강력 촉구했다.
한국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문 의장의 사퇴를 강력히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 의장은 임 의원뿐 아니라 한국당도 능멸ㆍ모멸했다”며 “의장직에서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한발 더 나가 “문 의장은 국회 위신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행동을 한 데 대해 부끄러워 어찌할 줄 몰라야 하는데, 탈진이니 저혈당이니 하며 입원하는 ‘할리우드 액션’을 했다면 정치적 의미를 더해 탄핵감이다”고 성토했다.
한국당 소속 여성의원들은 의총에 이어 곧바로 ‘문희상 의장 동료의원 성추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문 의장이 임 의원의 배 부분을 두 손으로 접촉했다”며 “임 의원이 ‘이러시면 성희롱’이라고 강력히 항의했으나, 문 의장은 ‘이렇게 하면 되겠느냐’고 하면서 다시 두 손으로 임 의원의 얼굴을 두 차례나 감싸고 어루만졌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향후 문 의장의 신체 접촉이 성희롱ㆍ성추행에 해당하는지 법률 검토를 거쳐 고소ㆍ고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