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때부터 동해안 강조
이철우(64) 경북도지사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무한한 잠재력을 간직한 동해안에 경북의 미래 성장동력 먹거리가 있다”며 “남북통일 시대에 동해바다는 열린 경제공간의 메인 무대다”고 했다. 14일 한국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동해바다의 미래가치 재창조를 경북도가 선도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국회의원 3선을 지낸 이 지사는 민선7기 경북도지사 당선인 시절부터 동해안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해 6월 당선인 신분으로 ‘환동해 발전과 북방경제 거점 육성’ 토론회에 참석해 “동해안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 관문으로 육성해 동해안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했고, ‘조직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선 “(환동해지역본부가 있는) 포항으로 매주 1~2회 출근해 현안을 직접 챙길 것”이라며 동해안권 개발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내년 경북항만 10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동해안 100년 시대’를 선언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동해안은 왜 중요한가.
“역사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동해바다는 우리 민족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사부, 문무대왕, 장보고로 대표되는 고대 해상왕국 신라가 동해 바닷길을 통해 우리 민족의 해양개척 정신을 만방에 떨쳤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조선의 쇄국, 공도정책 등 해양을 소홀히 했던 관계로 식민지가 되고 뒤이어 남북 분단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현재도 진행형으로 과거에는 중국과 일본이 침략과 정복으로, 현재는 역사왜곡으로 가고 있다. 그 동안 우리의 역사관이 육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해양역사를 재조명ㆍ반성하고 우리의 미래를 바다에서 찾아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갖고 있다.”
-당선인 시절부터 동해안권 개발을 강조해 왔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21세기 해양시대 무한한 잠재력을 간직한 동해안에 경북의 미래 성장동력 먹거리가 있다고 봤다. 동해안은 정부 신북방경제 정책의 중심축이자 관문이다. 동해선 철도 부설, 북극항로 개척, 남북통일 시대에 동해바다는 열린 경제공간의 메인 무대다. 해양수산부에서도 대통령의 지시로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거꾸로 세계지도’를 배포하고 있다. 이렇게 뒤집어 놓고 보면 ‘동북아의 지중해’ 동해바다가 해양으로 뻗어나가는 세계의 중심이다.”
불가사리 프로젝트로 일자리ㆍ소득ㆍ인구 증가
-5대 전략 10대 과제를 통해 ‘불가사리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환동해지역 5개 도시를 각각 특색 있는 거점지역으로 육성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선뜻 와닿지 않는다.
“불가사리 모양을 본떠서 동해안 5개 시ㆍ군을 거점별로 육성할 계획이다. 울진(Science)은 기존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와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에 국립해양과학교육관을 차질 없이 건립하는 등 환동해 해양과학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울릉(Trekking)은 대형여객선 운항과 울릉공항 배후단지 개발로 접근성을 강화하고, 바다도서관과 독도아카이브센터 등을 건립, 세계적 생태휴양트레킹 천국으로 개발한다. 경주(Activity)는 동해 역사문화관을 설립하고 청소년 해양교육 시설을 유치하는 동시에 감포항을 연안크루즈 거점항으로 조성, 아시아 해양체험교육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다. 포항(Recreation&Convention)은 흥해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해 경북해양문화콘텐츠진흥원과 대구경북해양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 등 친해양 휴양컨벤션 도시로 재정립하겠다. 영덕(Fish)은 경북도수산자원연구소와 연계해 수산식품 첨단양식 및 스마트 수산물 수출 산업의 전초기지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동해안 발전 구상을 내놓으면서 경북 4대 정신에 ‘동해 정신’을 추가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다. 해양을 잊은 민족에게도 역시 미래는 없다. 우리 민족의 흥망성쇠는 오롯이 동해바다와 함께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경북의 4대 정신하면 삼국을 통일한 화랑 정신, 의리와 지조의 선비 정신, 한국전쟁 당시 최후의 보루 낙동강전투의 호국 정신, 대한민국 근대화를 주도한 새마을 정신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이런 경북 정신은 한국 정신의 창으로 대변된다. 그러나 우리가 잊은 정신 하나가 바로 동해 정신이다. 경북도는 동해 정신의 부활로 우선 문무대왕의 정신을 계승하는 데서 찾는다. 올해부터 제1회 문무대왕 해양대상을 시상할 계획이다. 해양과학, 해양문화, 해양교육 등에 공헌한 개인 또는 단체를 발굴ㆍ시상, 문무대왕의 해양 정신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한다”
-세부 시행안을 마련하면서 단ㆍ중기 과제를 민선 7기내에 완료,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나.
“최근 동해안 지역의 어촌인구 감소와 미래 성장동력 부재, 국가 에너지 전환정책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환동해지역본부 이전과 환동해 새바람 프로젝트 추진은 시기적절 하다고 본다. 단위사업들을 하나하나 구체화해 나가고 내실 있게 추진한다면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증가하고, 나아가 인구가 증대되는 살기 좋은 동해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주 사례 보면서 울릉도 입도세 추진 굳혀
-울릉도 입도세(환경부담금) 추진과 울릉도 플라스틱 제로섬 선언이 눈에 띈다.
“독도의 모섬인 울릉도는 ‘청정 관광’의 아이콘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청정관광지가 되었지만, 앞으로는 보전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 제주도가 눈물을 흘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제주도 역시 청정 관광지였지만,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마구잡이식 개발이 이뤄지면서 발전이 아니라 파괴의 지경에 이르렀다. 울릉도 입도세 도입과 플라스틱 제로섬 선언은 교통체증, 주차난, 미세먼지, 쓰레기 문제 등으로 자연생태환경 파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선제적 조치다.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울릉도‧독도는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환경모델이 될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생활 플라스틱 폐기물의 하루 발생량은 2011년 3,949t에서 2016년 5,445t으로 37.9%나 증가했다. 또 유럽 플라스틱 및 고무제조자 협의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플라스틱 1인당 연간 사용량은 벨기에(170.9㎏), 타이완(141.9㎏)에 이어 한국이 132.7kg으로 세계 3위이다.
-국내 최초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해수욕장 개장도 눈길을 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에 발맞추어 전국 펫팸족(Pet과 Family를 합친 신조어) 유치를 목표로 올 여름부터 동해안 해수욕장 중 일부를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앞으로 포항, 경주, 영덕, 울진 4개 시ㆍ군의 경관이 빼어나고 쾌적한 편의시설을 갖춘 해수욕장 25곳에 특화된 해수욕장을 선보일 것이다.”
-정부의 원전 해체 방침에 따라 경북의 손실이 만만치 않다. 어떤 상황이고, 대책은 뭔가.
“정부의 신규원전 백지화와 월성1호기 조기폐쇄 조치로 원전지역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절체절명의 위기감과 허탈감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 정책으로 우리 도는 연인원 1,300여명의 고용감소와 약 9조5,000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됐다. 원전 지역별 대안사업 발굴육성과 원자력과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제고에 박차를 가하면서, 원전지역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철우 지사는 김천 출신으로 김천고,경북대 수학교육과,연세대 행정대학원(정치학석사)을 졸업했다.상주 화령중고,의성 신평중 단밀중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경북도 정무부지사, 18~20대 국회의원,국회 정보위원장,자유한국당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을 역임했다.홍조근정훈장,대한민국 유권자대상,대한민국 나눔봉사대상 등을 수상했다.저서로 ‘출근하지마라 답은 현장에 있다’, ‘지방이 변해야 나라가 산다’ 등이 있다.
심지훈기자 s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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