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헌법 개정 추진을 목표로 하는 의원들의 모임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요미우리(讀賣)신문과 마이니치(每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초당파 국회의원 모임인 ‘신헌법제정 의원연맹’이 도쿄 시내에서 개최한 모임에 메시지를 보내 연호 교체에 따른 새 시대를 맞이했다며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베 총리는 “레이와(令和ㆍ새 일왕 즉위일인 5월 1일부터 적용되는 일본의 새 연호)라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선에 서서 어떠한 나라를 만들어 갈지, 이 나라의 미래상에 대해서 정면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은 국가의 이상을 말하는 것으로, 다음 시대를 향한 길잡이”라며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또 “헤이세이(平成ㆍ현 연호) 시대에는 자위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림 없는 것이 됐다”고 자위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아베 정부와 자민당은 지난해 평화헌법 제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제시하고, 2020년에 개정 헌법의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1946년 제정된 현행 헌법의 제9조 1항에선 전쟁ㆍ무력행사의 영구적 포기, 2항에선 전력 불보유와 교전권 불인정을 규정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단 자위대를 명기해 헌법을 개정한 뒤, 제9조 1ㆍ2항을 다시 고치는 2단계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바꾸는 작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소극적인 태도, 그리고 여론의 무관심 속에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이에 내달 1일 연호 교체와 새 일왕 즉위를 계기로 한 ‘새로운 시대’라는 분위기에 편승해 개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최 측인 신헌법제정의원연맹은 1955년 결성된 ‘자주헌법기성의원동맹’을 전신으로 한 대표적인 개헌 추진 단체로, 일본 보수 정계의 거두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회장을 맡고 있다. 나카소네 회장은 이날 고령으로 참석하지 못했으나,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며 일본 국민의 손에 의한, 일본 국민을 위한 헌법을 제정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새 헌법을 제정하는 추진 대회’라는 명칭으로 개최됐으며, 자민당뿐 아니라 공명당, 일본 유신의회, 희망의 당 등 보수 정당 인사들도 참석했다.
한편 국회 내 개헌논의 조직인 헌법심사회는 이날 간사 간담회를 가진 뒤 25일 공식 회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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