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반도체 비전 2030’ 시동… 11년간 R&D 73조ㆍ인프라 60조 투입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메모리 반도체 분야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11년 간 생산시설 확충과 연구개발(R&D) 등에 133조원을 투자한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을 현실화 하기 위한 조치로, 정부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한다고 24일 밝혔다. 133조원의 투자금은 삼성의 연 평균 투자액 20조원의 6배가 넘는 ‘역대급’ 규모다. 또한 투자액 전부를 시스템 반도체 생산시설과 전문 인력 육성에 쏟아 붓기로 하면서 삼성은 메모리 분야에 치우친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180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전세계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하지만, 비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4.1%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체 반도체 시장 중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70%나 된다. 때문에 한국은 ‘반쪽짜리 반도체 강국’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의 시설 투자금 60조원은 경기 화성 캠퍼스에 있는 첨단 미세공정 기술 극자외선(EUV) 라인 확대 등 삼성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경쟁력 강화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최근 극자외선 노광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소자에 들어가는 회로 선폭이 사람 머리카락 1만분의 5 굵기에 해당하는 ‘5나노 공정’을 개발했다. 이로써 기술적인 면에서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를 바짝 추격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 규모가 커져 신규 공장 건설이 필요할 경우 메모리 생산 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경기 평택 고덕산업지구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축구장 400개 넓이인 289만㎡(약 87만 4,000평) 규모의 고덕지구에는 추가 생산 라인이 6개 들어갈 여유 부지가 있는데, 삼성은 이 곳을 시스템 반도체 생산기지로 육성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지난해 국가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그래픽= 김경진기자

R&D 투자금 73조원은 시스템 반도체 기술 개발과 국내 연구개발 인력 양성에 투입된다. 삼성은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스템 반도체 R&Dㆍ제조 전문인력 1만 5,000명을 채용하고, 서울대 등 국내 주요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도 설립할 계획이다. 계약학과는 대학이 기업과 계약을 맺고 학과를 개설해 운영하는 것으로, 기업이 학과 운영비와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졸업생을 채용하는 구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R&D와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와 기술력을 국내 중소 반도체 업체와 공유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들에게 삼성의 설계 자산을 공유해 업체들의 제품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생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이달 말쯤 투자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일정을 앞당겨 이날 발표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날 발표한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의 출시 연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을 ‘중점 육성 산업’으로 선정한 정부도 다음주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인력양성, 투자지원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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