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오진으로 치료가 장기화돼 환자가 사망했다면 병원 측이 환자 유족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서울대병원이 치료를 받다 사망한 환자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미납 진료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80대 남성 박모씨는 2009년 5월부터 서울대병원에 입원 폐 일부 절제 수술을 받았고, 이후 사지마비 등을 앓다 2013년 12월 사망했다. 박씨 사망 후 병원 측은 진료비 9,445만원을 상속권자인 박씨 부인과 두 자녀에게 청구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의료진이 박씨 질환을 폐암으로 오진해 수술을 감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담당 의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다고 보고 사망에 대한 병원의 책임범위를 30% 인정했다.
재판에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병원의 책임이 일정 한도(30%)로 제한된 경우 이를 초과한 범위의 미납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ㆍ2심은 “의사 과실로 환자 신체기능이 손상된 경우에도 과실이 있기 전에 발생한 치료비나 의사 책임비율을 초과하는 부분의 치료비는 환자가 부담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상 합당하다”며 유족들에게 진료비의 70%를 납부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유족들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병원이 진료 당시 계약에 따른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환자가 회복 불가능하게 됐고, 이후 치료는 악화 방지 정도였다”며 “이 경우 환자 손해에 대한 병원 책임 범위가 30%로 제한됐더라도 병원은 환자에 대해 병원비 중 병원의 책임 제한 비율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병원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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