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59곳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형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태가 3년 연속된 이른바 ‘좀비 기업’도 16곳이나 됐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500대 기업 가운데 지난해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38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이자보상배율은 평균 8.6으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이자보상배율은 한 해 동안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그 해 갚아야 할 이자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재무건전성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방식으로 계산한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59곳으로 2016년 39곳에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반도체 호황을 누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이자보상배율은 4.8로 3.9포인트 떨어지며 전년(6.4)과 비교하면 1.6포인트 떨어져 하락폭은 더 커진다.
이자보상배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S&T모티브로 40만7,833에 달했고 동서식품(3만5,445), 에스엘라이팅(2만346)도 높은 이자보상배율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공사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상선, 영풍 등 34곳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냈고, 최근 매각이 결정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 세종공업과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현대위아, 부영주택 등 25곳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었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IT·전기전자의 경우 이자보상배율이 평균 43.2에 달해 가장 높았고, 서비스와 제약도 각각 14.1과 10.2을 기록했다.
공기업은 평균 1.0에 그치며 영업이익과 이자 비용이 같았다. 2016년에는 6.0에 달했으나 2017년 2.8로 떨어진 뒤 지난해에는 부채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 셈이다.
조사 대상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합계 170조2,016억원으로 전년보다 6.1%나 줄었지만 이자 비용은 5.4% 늘어난 19조7,103억원에 달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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