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월 A지방국세청은 중소기업 B사의 주주 C씨에 대해 주식명의신탁(차명주주) 혐의로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C씨는 이미 B사가 지방국세청으로부터 법인통합조사(1차 세무조사)를 받은 뒤 관할 세무서로부터 조세범칙조사(2차 세무조사)까지 받았다며 ‘중복 세무조사’라고 반박했다.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는 과거 세무조사에서 주식 변동사항을 조사해 일부 주주들의 차명주식을 잡아냈다는 점에서 C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이미 진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A지방국세청에 중복 세무조사를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지난해 국세청 내 준(準)독립기관으로 신설된 납세자보호위원회가 설립 이래 1년간 납세자의 권리 침해 소지가 있는 세무조사 47건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납세자보호위는 올해부터는 세무조사 외에도 신고내용 확인, 과세자료 해명 후 지연처리 등 보호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4월 본청 납세자보호위 신설 이후 1년간 125건의 납세자 권리보호 심의를 진행해 세무조사 중단, 세무조사 기간 연장 취소 등 시정조치 47건(전부시정 17건, 일부시정 30건)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납세자보호위는 국세청 납세자보호관과 외부위원 15명으로 구성된 준독립기관이다. 각 지방국세청 및 세무서에서 2008년부터 관련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독립성이 강화된 조직에서 한번 더 심의를 거쳐 납세자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본청에 신설했다. 세무조사 대상 납세자가 지방청ㆍ세무서 납세자보호위의 결정에 대해 불복하는 경우 본청에서 재심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최근 1년간(2018년 4월~2019년 3월) 본청 납세자보호위는 23차례 회의를 열고 125건의 재심의 안건을 살펴봤다. 주요 항목별로는 중복조사 57건, 조사기간 연장 33건, 조사범위 확대 7건 등이다. 납세자보호위는 이 중 중복조사 16건(조사중단 13건, 일부중단 3건), 조사기간 연장 25건(연장 취소 또는 연장기간 단축), 조사범위 확대 2건(확대 취소)에 대해 시정조치를 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한 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 기간 종료일이 임박하자 “금융거래 내역을 현장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에 대해 납세자보호위는 “조사기간 중 자료제출을 지연하는 등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금융거래 현장확인 필요성도 충분치 않다”며 연장 승인을 취소했다. 다른 지방국세청에서 유류 도매 사업자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판매장려금’ 처리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겠다며 조사범위 확대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는 “조사범위 확대는 혐의가 명확하고 구체적이야 하는데 해당 조사는 다툼의 소지가 상당하다”며 승인 취소를 통보했다.
납세자보호위는 올해는 세무조사 외에도 신고내용 확인 절차, 과세자료 해명 후 지연처리 등도 심의 대상에 추가하는 등 납세자 권리보호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김영순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은 “신속한 권리 구제, 세무조사 등의 적법절차 준수에 대한 견제와 감독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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