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으로 국내 병원에서 처방받은 의료용 마약을 밀수출해 6년간 12억원을 챙긴 외국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노원경찰서는 24일 의료용 마약인 ‘펜타닐 패치’와 ‘옥시코돈’을 밀수출한 미국 국적 A(39)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가 가지고 있던 펜타닐 패치 72매와 옥시코돈 45정도 압수했다. 펜타닐과 옥시코돈은 마약성 진통제로, 특히 펜타닐은 모르핀보다 80배 이상 강력한 약물로 알려져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거짓으로 통증을 호소하며 여러 병원에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아 해외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한국 말에 서툰 외국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구체적 증상 설명보다 “미국에서도 이 약을 쭉 복용해왔다”고 속여 의료용 마약을 받아냈다.
A씨는 이렇게 구한 약들을 해외 오픈마켓 사이트를 통해 세계 32개국 구매자들에게 의료용 마약을 판매했다. 펜타닐 패치는 책이나 종이 문서 사이에 끼웠고, 알약인 옥시코돈은 컴퓨터 마우스 본체 안에 숨겨 국제택배로 발송했다. 한 번 거래 때마다 수십 만원에서 100만원 이상을 챙겼다. 가상화폐로도 돈을 받았다. 이렇게 번 돈이 약 12억원이다.
A씨의 범죄 행각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한국지부의 수사의뢰로 들통났다. 별로 좋지도 않은 컴퓨터용 마우스를, 택배를 통해 800여 차례 넘게 해외로 내보낸다는 점에 주목한 이들은 발송자 주소가 허위인 것으로 보이자 한국 경찰에 본격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국가정보원, 서울본부세관 등과 함께 두 달간 추적, A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A씨 부인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2008년부터 한국을 드나들던 A씨는 2013년 원어민 교사 자리를 얻어 정착했고, 그 이후 한국인과 결혼도 했다. A씨는 마약 수출을 하다 부인까지 끌어들였다.
경찰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함께 A씨에게 약을 내준 5개 병원을 상대로 처방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