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아버지로부터 시험문제를 유출 받아 전교 1등에 오른 의혹을 받는 서울 숙명여고의 쌍둥이 딸들이 아버지의 재판에 출석해 “실력으로 1등을 한 것”이라 주장하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52)씨의 딸 B양과 C양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 심리로 열린 A씨의 업무방해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쌍둥이 자매는 1학년 1학기에 각각 전교 59등, 121등을 했으나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갑자기 문ㆍ이과 전교 1등을 석권했고, 이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매의 아버지 A씨가 시험문제를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언니 B양은 재판에서 “아버지가 시험답안을 사전에 알려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오로지 실력으로 1등 한 것인데, 아버지가 같은 학교 교무부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학부모와 학생들의 시기어린 모함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시험지에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정답을 적어놓은 경위에 대해서는 “시험 직후 가채점을 위해 반장이 불러준 답을 적어둔 것”이라거나 “시험 직전에 외우던 부분을 잊지 않으려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시험 후 정답이 정정된 문제를 틀리거나, 동생과 자신이 같은 오답을 적은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동생 C양 역시 1등이 된 경위에 대해 “특별한 비결이랄 게 없고, 교과서와 선생님 말씀에 충실했다”고 진술했다.
B양은 증인신문 막바지에 재판부를 향해 “이 사건에 관해 주변과 언론에서 많은 말들이 나왔지만, 판사님이 보는 것은 법정 안에서의 이 모습”이라며 “이 모습을 보고 정확히 판단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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