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8일간 문 대통령 밀착 수행하며 비서실장ㆍ안보실장ㆍ대변인 역할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인싸’(인사이더)로 빠르게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이번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서는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ㆍ국가안보실장ㆍ대변인 등 사실상 1인 3역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인증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김 차장은 16일부터 7박 8일간 이어진 투르크메니스탄ㆍ우즈베키스탄ㆍ카자흐스탄 3개국 순방의 거의 모든 일정에 빠지지 않으며 문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했다. ‘대통령의 입’인 김의겸 전 대변인 사퇴 이후 후임자 선정이 미뤄진 것이 직접적 이유지만, 문 대통령의 신뢰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이끈 김 차장은 원래 통상이 전공이다. 신(新)북방경제 정책을 콘셉트로 마련된 이번 순방에 가장 적임자였던 셈이다. 실제로 김 차장은 사전 브리핑은 물론 결과 브리핑까지 주관하며 순방 일정을 진두 지휘했다. 이번 순방에선 문 대통령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을 공유하는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국내에 남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및 김수현 정책실장까지 모두 국내외 상황관리를 위해 국내에 남으면서 김 차장이 이번 순방에서 1인 3역을 해낸 셈이다.
언론과의 소통 능력도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순방 기간 회자된 ‘정상 간 브로맨스’라는 키워드가 그의 작품이다. 김 차장은 22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순방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들과 만나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를 빼고는 모든 일정에 동행하면서 한국을 국가발전 모델로 삼겠다고 했다”며 “제가 봤을 때는 브로맨스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앞서 열린 7차 한미 정상회담부터 문 대통령을 밀착마크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에 깊이 개입하는 등 정권의 핵심 실세임을 증명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김 차장이 정통적 의미의 안보 전문가는 아니지만 미국 행정부의 협상 스타일을 잘 알고 있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 외교 무대에서 상대국 고위 인사들에게 스스럼 없이 말을 걸고 유쾌하게 다가서는 사람은 김 차장이 거의 유일하다”며 “이런 유연성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ㆍ안보를 책임지는 일원으로서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누르술탄(카자흐스탄)=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