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교시 후 답안 재교체로 공정성 논란 제기…심평원은 공식 사과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에서 엉뚱한 답안지가 배포되는 등 혼선이 일었다. 답안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심평원은 문제 발생 후 사흘이 지나도록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원성이 커지고 있다.
23일 심평원 공채시험 준비생들에 따르면 20일 심사직 필기전형 1교시 중 일부 시험장에서 OMR 답안지가 잘못 배포됐다. 시험은 80문항이었으나, 수험생들은 50문항용 답안지를 받았다. 심평원은 잘못을 인지하고 1교시 도중 80문항용 답안지를 새로 배포했다.
그런데 심평원은 2교시를 마친 뒤 50문항용 답안지를 받았던 시험장에 다시 한 번 새 답안지를 나눠줬다. 이어 중간에 교체해서 작성한 답안지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게 했다.
시험이 끝나자 수험생 사이에선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1교시와 2교시 사이 30분간 휴식시간이 주어졌는데, 당시 수험생들이 개인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 답안 내용을 서로 공유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일부 수험생이 2교시 후 최종 답안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답을 고쳐 썼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또 동시에 진행한 행정직 필기시험에서는 객관식 문항에 보기가 없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심평원 측은 해당 문항은 무효 처리하기로 했다.
이날 시험을 본 수험생 A씨는 2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들 간절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는데 결과가 나오기 전 실망부터 하게 됐다”며 “공공기관인 심평원에 가지고 있던 신뢰가 허술한 시험 때문에 무너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결국 심평원은 공식 사과했다. 김승택 심평원 원장은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고사장에서 답안지 배포 및 교체 과정의 혼란으로 응시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빠른 시일 내에 최선의 대책을 마련해 알려드리겠다”고 사과했다. 심평원은 뒤늦게 수험생에게 사과 문자를 돌리고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론을 내놓지는 않았다. 시험 감독은 외주업체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재시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A씨는 “‘1차 2차 답안지를 대조할 테니 재시험까지는 안 갈 것’이라는 의견이 수험생들 사이에선 많지만, 다들 심란해 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심평원 취업 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결과 발표가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 대책이 없다니 초조하다” “지방에서 근무 빼고 힘들게 시험 본 사람들에게 재시험은 부당하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심평원은 이번 상반기 채용에서 심사직 192명, 행정직 57명, 전산직 30명, 연구직 15명 등 총 294명을 뽑을 예정이다.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는 26일 오후 5시로 예정돼 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