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협, 투어 선수 선발 시작… 대한당구연맹 “출전 선수 불이익”
한국 당구 역사상 첫 발을 내딛는 프로당구협회(PBA) 투어 트라이아웃이 시작됐다. 지난 21일부터 5월 1일까지 경기 고양 앰블호텔에서 열리는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당구선수와 아마추어 동호인 331명이 출전한다. 트라이아웃을 통과한 48명과 5월 13일 마감되는 우선 등록선수를 포함해 총 128명이 6월부터 역사적인 국내 첫 프로 당구선수로 투어 활동을 시작한다.
1,200만 동호인을 자랑하는 당구의 프로 출범은 1986년 첫 시도 이후 4수 끝에 이뤄진 결실이다. 하지만 PBA의 행보를 바라보는 당구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당구의 유일 대표기구인 대한당구연맹(KBF)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출범해 시작부터 갈등의 파열음이 높다. 세계당구연맹(UMB)은 “PBA 투어 출전 선수에 대해 주관 대회 및 산하 국가 연맹 주최 대회 출전 금지 제재를 내리겠다”고 압박하고 나섰고, 산하 KBF는 "PBA에서 실시하는 트라이아웃 또한 PBA 대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실제로 출전하는 연맹의 등록선수는 경기인 등록규정에 의거해 우리 연맹 선수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PBA 이탈 선수가 KBF로 다시 돌아와도 3년 동안 선수활동을 금지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PBA에 따르면 이런 최후 통첩에도 당구선수 310명과 동호인 239명 등 총 549명이 원년시즌 투어에 출전신청을 했다. KBF 등록 선수(1,052명) 가운데 약 30%가 ‘3년 활동금지’ 제재를 감수하고 빠져나간 것이다. 톱랭커 가운데 강동궁과 김형곤이 PBA행을 선택했다. PBA도 “UMB와 KBF의 불법적 선수 제재 방침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맞불을 놓아 당구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PBA 출범의 시작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말 스포츠 마케팅 전문업체 브라보앤뉴가 당구인들과 손잡고 3년 간 시장 조사를 거쳐 프로당구추진위원회를 구성, 지난 2월 김영수 전 문화체육부 장관을 초대 총재로 프로당구 출범을 공표했다.
그러나 그 동안 UMB, KBF와 협의 없이 독단적인 프로화를 추진해 당구계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KBF의 경우 선수들 이탈과 함께 사업권 등 독점적으로 유지했던 권한들이 분산되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양측이 선수 등록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풀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당구인은 "KBF와 PBA가 각자 역할에 충실하면서 조금씩 양보해야 타협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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