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 교수 가사 분석 “페르소나 극복 자신의 영혼 찾는 과정을 노래”
“내 영혼의 지도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찾는 과정입니다.”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새 미니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는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았다. 특히 융 연구자인 머리 스타인 교수의 책 ‘융의 영혼의 지도’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멤버 RM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융의 영혼의 지도’는 소속사(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추천해준 책”이라며 “융은 페르소나라는 개념을 제창했던 사람이었기에 궁금했다”고 말했다. 앨범 발매에 맞춰 융 관련 서적 판매량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융의 영혼의 지도’는 최근 인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다. 미국 아마존에서도 이 책이 대중 심리학 분야 4위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에 의도치 않게 영향을 준 스타인 교수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스타인 교수는 최근 한국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현 세대가 융의 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책 ‘융의 영혼의 지도’를 읽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에게 뿌려진 융의 씨앗이 앞으로의 삶에서 튼튼하게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타인 교수는 국제분석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스위스 취리히의 국제분석심리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스타인 박사는 몇 주 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통해 방탄소년단에 대해 알게 됐고, 방탄소년단의 앨범을 분석하며 놀랐다고 했다.
스타인 교수는 앨범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지난 14일 미국 팟캐스트 ‘융을 말하다’에 출연해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의 전체 내용이 페르소나를 극복하고 자신의 영혼을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페르소나는 사회 활동을 위해 만든 얼굴을 뜻하며, 융이 만든 대표적인 심리학 개념이다. 스타인 교수는 “첫 번째 수록곡 ‘인트로: 페르소나’가 자신의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면, 다음 곡이자 타이틀인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선 그 영혼이 이 물음에 응답하고 나타난 것”이라며 “2014년 발표한 ‘상남자’에선 상대방에게 사로잡힌 사랑을 노래했다면, 지금은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그린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수록곡 ‘디오니소스’에 대해선 “방탄소년단에 관한 페르소나를 부수는 것”이라고도 봤다.
타이틀곡 작업에 참여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할시에 대한 해석도 눈길을 끌었다. 스타인 교수는 할시를 융이 만든 개념 중 하나인 ‘아니마’로 봤다. 아니마는 남성의 무의식에 있는 여성성을 뜻한다. 스타인 교수는 할시가 한국인 남성으로 구성된 방탄소년단의 대척점에 서 있는 미국인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인 남성인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무의식 중에 미국인 여성이라는 아니마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찾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나미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니마는 무의식에 존재하며 페르소나를 도와주는 존재이며, 거꾸로 망치기도 한다”며 “긍정적인 아니마는 남성에게 여러 영감을 주는 뮤즈가 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팬 ‘아미’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방탄소년단은 새 앨범에 담긴 뜻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RM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새 연작에 담긴 내용에 대해 ‘인트로: 페르소나’나 책 등으로 추측하는 팬들이 많다”며 “방탄소년단을 끌어온 힘의 근원과 그늘, 나아가야 할 내일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정도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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