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일찍이 기술 발전에 따른 자동화로 인해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4억~8억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변화에 대한 이해와 정책적인 대응이 수반되면 5억5,500만~8억9,0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봤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전세계 생산활동가능인구(15~64세) 약 50억명(추산치) 중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 가까이가 ‘일자리 재편’의 흐름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없어지는 일자리만큼 새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신기술 적응과 일자리 변화에 맞춘 인재 양성’이다. 이를 위해 세계 주요 나라들은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에 맞춘 인재 양성을 위해 특화된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 변화에 자국의 인력이 적응할 수 있도록 투자와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인 AI를 경제성장과 국가안보 강화를 위한 핵심기술로 간주하고 관련 인재를 양성해 AI 선도국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며 노력 중이다. 2016년 AI 기술 및 정책에 대한 권고사항을 담은 ‘AI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발표하면서 학제 간 융합지식을 가진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교육에 장기간 집중 투자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도 눈에 띈다. 미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2013년 인적자원의 기초역량 강화를 위해 수립한 ‘STEM 교육 5개년 전략’에 이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STEM과 컴퓨터공학 교육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매년 2억 달러의 교육부 교부금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정부는 능력 격차를 해소하고 AI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새로운 STEM 교육 5개년 전략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기초체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다진 후 AI 전문가를 쏟아낼 준비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AI 기술전략 실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학생, 일반 국민 등 모든 인력을 위한 교육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해 일본 AI 인력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첨단 ICT 인력을 매년 2만~3만명, 일반 ICT 인재를 매년 15만명씩 추가로 육성하기 위해 학교, 기관, 기업의 노력을 강조한 내용이었다.
중국 교육부도 일본과 거의 동시에 ‘대학 AI 혁신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각 대학에 AI 분야의 과학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인데, 2020년까지 대학 과학기술 혁신을 완성하고 2025년까지는 인재 양성의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대학의 교과 과정을 개편해 2020년까지 빅데이터, 정보통신관리 등 관련 전공과 융합한 50권의 학부ㆍ대학원 교재를 만들고, 온라인 강의도 개설할 계획이다. AI 학교, 연구기관 및 교차 연구센터도 50개를 설립한다.
프랑스 고등교육연구혁신부는 2017년 전문가 그룹의 AI 정책에 관한 50여개의 권고사항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내 AI 인재 양성 정책을 제안했다. 우선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AI, 데이터 처리와 디지털 과학’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AI 교육 생태계를 구축해 인문ㆍ사회과학ㆍ법학 등 AI 융합 새 연구 분야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미래 산업분야에서의 프랑스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에 따라 고등교육과 연구시스템을 혁신하고 기업 혁신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12월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 선도인재 집중양성 계획(2019~23)’을 발표했다.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증강ㆍ가상현실 분야에서 부족한 전문인력을 서둘러 양성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기계적인 반복학습을 통한 주입식 교육, 창의적인 역량을 방해하는 획일적인 교육 등 기존 인력양성 체계의 고질적 문제점과 함께 기존 산업인력에 대한 재교육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어떤 인재를 키워내느냐 하는 것이다. 2017년 미래창조과학부는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 보고서를 통해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3대 역량으로 △기계와 차별화된 인간 고유의 문제인식 역량 △인간 고유의 대안 도출 역량 △기계와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제시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 발표한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실세계에서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예측했다. 기계와는 차별화된 창의적인 역량과 인간의 사고력을 바탕으로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또한 다양한 협력 역량과 설득 능력도 미래 인재에서 중요하게 요구되는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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