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등 제한된 구역에서 단시간 동안 근무하는 특수고용근로자인 ‘재택위탁집배원’도 우정사업본부 소속의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3일 재택위탁집배원 유모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택위탁집배원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정부기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다. 국가공무원인 집배원이 하던 배달업무 중 아파트와 같이 한정된 구역의 배달업무를 담당토록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당시 함께 도입된 ‘상시’위탁집배원(현 상시계약집배원), 산간벽지 등 ‘특수지’위탁집배원(현 특수지 계약집배원)은 나중에 근로자로 인정하고 근로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재택’위탁집배원들은 직접 고용한 노동자로 보지 않고 근무시간이나 배달량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는 도급계약(1년 단위)을 체결했다. 특히 재택위탁집배원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지급 기준인 하루 8시간을 넘겨 일하지 못하도록 했고, 2013년 4월부터는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분류해 사업소득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2001년~2012년부터 재택위탁집배원으로 일했던 유씨 등은 “국가의 지휘ㆍ감독을 받는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2014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14년 연차휴가수당 중 우선 1만원을 지급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앞서 1ㆍ2심은 “원고들은 종속적 관계에서 우정사업본부의 구체적 지휘ㆍ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봐야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이들이 우정사업본부 지휘ㆍ감독 아래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우정사업본부가 우편업무편람, 각종 공문 등을 통해 구체적 업무처리 방식 등을 지시했으며, 획일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정해진 복장을 입고, 절차에 따라 배달하도록 했다”며 “또한 우편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상시ㆍ특수지위탁집배원과 본질적으로 같은 업무를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무시간에 비례해 받은 수수료는 회사를 위해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되며 일정 시점부터 사업소득세를 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우편지부는 판결 후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판결은 재택위탁집배원을 즉각 직접 고용하라는 명령”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재택위탁집배원은 총 264명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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