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13년의 투쟁에서 무엇이 제일 어려웠냐고 묻습니다. 13년 동안 투쟁하면서 어렵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김경봉 금속노조 콜텍지회 조합원은 13년 만에 회사에 복직하게 된 심경을 이렇게 털어놨다. 2007년 정리해고 이후 콜텍 노조가 지난했던 투쟁을 마치고 23일 사측과 합의서에 조인한 뒤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 농성장에서 김 조합원은 “13년의 투쟁 속에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아이들을 돌봐야 했던 가족과 함께 해준 동지들에게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농성장 옆 상황판의 ‘해고는 삶을 파괴한다’는 문구 위에는 ‘4464일’의 농성 기간이 적혀 있다. 정리해고 이후 조합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시간이다.
해고 없이 일을 했다면 올해 60세로 정년을 맞이했을 김 조합원은 사측과의 합의에 따라 다음 달 2일부터 한 달간 일터로 돌아간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콜텍은 이날 △정리해고에 대한 유감 표명 △5월 2일부터 30일까지 조합원 세 명 명예복직 △해고기간을 보상하는 합의금 지급 등이 골자인 합의서에 사인했다. 지난해 12월 26일 교섭에 나선 이후 13번째 협상 테이블에서 어렵게 통과된 합의안이다. 이날 오전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만난 노사는 합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고 악수를 나눴다.
13년간 투쟁 끝에 이끌어낸 합의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인근 콜텍지회 지회장은 “지난 13년은 힘들고 모진 세월이었다”며 “한편으로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제는 저희들이 안고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인식에 참석한 박영호 콜텍 사장은 “사내 분규가 원만히 합의돼 다행”이라며 “13년간 길거리에서 생활한 세 분이 빨리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합의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서로 이해가 부족했고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측이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42일간 단식한 임재춘 조합원은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이런 세계에서 살지 않기를 바란다”며 “제가 한 단식이 마지막 단식이고, 파인텍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마지막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계 인사들은 정리해고를 가능케 하는 근로기준법 24조를 폐지하거나 요건을 더 엄격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24조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정리해고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인근 지회장은 “제2, 제3의 콜텍 노동자들이 거리를 헤매는 사회가 돼선 안 된다”며 “당장 정리해고 제도 폐지가 어렵다면 근로기준법 24조의 해고 요건이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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