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은 바다가 없는 유일한 내륙도이다. 그 때문인가. 충북에는 해양문화 시설이 전무하다. 물론 해양관련 예산도 거의 지원되지 않는다. 올해 해양수산부 예산 5조 2,000억 원 가운데 충북에 배정된 것은 전체의 0.17%(내수면 분야 89억 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해양박물관 등 해양문화 시설은 바다가 있는 지역만의 전유물이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해양은 국민 누구나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북 사람 중에는 어릴 적부터 바다를 동경하고, 성장해서 해양 분야에서 종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15년 국내 최초로 무동력 요트 세계 일주를 달성한 김승진 선장도 바다가 없는 충북 출신이다. 우리 도가 내륙에 해양과학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륙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바다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충북에 미래 해양과학관을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더니, “바다 없는 지역에서 왠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일축해 버린다. 기본권 차원에서 국민 누구나 바다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에는 눈을 감고 만다. 그렇다면 내륙에 위치한 프랑스 파리, 캐나다 몬트리올에는 왜 세계적인 해양박물관이 존재하는가? 해양 강국인 이들 나라는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인가?
사실 내륙에 해양문화 시설을 건립하자는 것은 뜬금없는 얘기가 아니다. 2011년 해양수산부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한 ‘해양문화시설 중장기 확충방안’ 연구용역보고서는 내륙권에도 해양 교육을 위한 과학관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2017~2018년 관련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해양수산발전 시행계획에도 충북의 미래 해양과학관 건립 계획이 반영되어 있다. 그 동안 국가 해양정책에서 소외된 내륙권 국민을 위한 해양문화 체험 시설의 필요성을 정부도 인정한 것이다.
우리가 계획한 미래 해양과학관은 충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충북을 넘어 대전, 세종, 천안 등 충청 내륙과 경기 남부, 강원 남부, 경북 북부 등 중부내륙권을 아우른다.
해양과학관이 들어설 청주 밀레니엄 타운은 1시간 내 이용 가능 인구가 1,200만 명에 이른다. 앞으로 강호축철도 고속화, 천안~청주공항 고속화전철, 세종~청주공항간 고속화도로 등이 개통하면 이용권역 인구는 더 늘어난다. 지척에 위치한 청주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등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도 용이하다. 전국 다른 어느 지역의 해양과학관보다도 경쟁력이 높은 셈이다.
우리 충북도민들도 바다를 갖고 싶다. 바다와 함께하고 싶다.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가는 길에 우리도 동참하고 싶다. 바다가 없는 충북에 미래 해양과학관을 건립하는 ‘역발상’이야말로 혁신이며,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 국가로 가는 길이다. 그리고 길게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해양 강국으로 나아가는 첩경이다.
이시종 충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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