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은 23일 한국과의 관계 악화와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담은 2019년판 외교청서를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한일 간 레이더ㆍ위협비행 갈등 등으로 악화된 한일관계를 반영하면서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반복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에 따르면, 외교청서는 한일관계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레이더ㆍ위협비행 갈등을 거론하고 “한국 측의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기술했다. 지난해 외교청서에선 기술된 “한일관계에 곤란한 문제도 존재하지만 적절하게 관리를 지속해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표현은 올해엔 빠졌다. 또 2017년까지 있었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는 표현도 지난해에 이어 포함되지 않았다.
한일 간 갈등 현안에 대해선 일본 정부 측 주장을 반복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관련 일본 정부 입장을 보강해 2015년 12월 한일 합의에 따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일제 강점기 징용노동자에 대한 표현은 지난해 ‘구(舊) 민간인 징용공’에서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바꿨다.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원고들이 ‘징용된 사람이 아니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독도에 대해서는 한국에 의한 불법 점거를 주장하며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선 지난해에 비해 유화적인 입장을 기술했다.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기술했던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여 나갈 것”이란 문구를 삭제했고, 북일관계 항목을 3년 만에 부활시켜 아베 총리가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북한 인사와 접촉한 것 등을 열거했다. 또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근거로 “국제사회가 하나가 되어 북미 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란 해석이 많다.
최근 개선되고 있는 중일관계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 중 하나”라고 했다. 다만 동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개방 활동 등을 예시하고 “동중국해의 안정 없이는 중일관계의 진정한 개선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청서는 전년 기준으로 일본 외무성이 파악한 국제정세와 일본의 외교활동 전반을 기록한 백서다. 1957년부터 매년 발간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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