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전 서구 만년동 대전예술의 전당 컨벤션홀. 대전형 노사상생모델인 ‘좋은일터’ 2차년도 사업에 참여하는 ㈜계룡건설 등 15개기업 노사대표 30명과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 한국노총대전지부 의장,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 등 40여명이 모여 노사간 합의한 약속사항을 시민들에게 공표했다.
선포식에서 15개기업 노사대표들은 일터 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기업별 세부약속사항 협약을 채택했으며, 노사민정 대표가 함께 서명했다.
우리나라 노동환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5인이상 사업장 노동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1,986시간으로 OECD 평균 1,759시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기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 등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격차는 여전하다.
대전시가 추진하는 ‘좋은 일터’ 사업은 우리 나라의 노동상황을 반영하여 전국에서 자치단체 최초로 시비를 들여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노사관계를 개선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신규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시는 지난해 시비 11억 원을 투입해 사업을 착수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20개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과 고용확대를 필수과제로 추진하고, 원하청 관계 개선과 비정규직 보호, 일ㆍ가정 양립 환경 조성, 노사관계 개선, 안전시설 및 작업장 환경 개선, 인적자원관리 선진화, 문화여가활동 지원 등을 회사 사정에 따라 선택해 실천토록 했다.
사업추진 1년간의 성과는 노사 모두 만족이었다. 20개사의 노동시간이 전년보다 주 4.4시간 단축됐고 신규채용도 회사별로 최소 1명에서 최대 224명까지 총 584명을 기록했다. 물류ㆍ운송사업회사는 위탁업체 전직원을 직접고용하기도 했다.
광학용 필터 제조업체는 근무형태를 2조 2교대에서 3조 2교대제로 전환하며 신규인원을 102명 채용했고 근로시간도 주당 10시간을 단축했다. 환경미화원 등 비정규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수유실과 구내식당을 신축하는 등 편의시설도 확충했다.
효과는 이직률 감소로 바로 나타났다. 급격한 주문물량 변화로 주간 6일 혹은 종일 근무를할 경우 업무스트레스와 피로감이 크다. 이로 인해 휴일과 휴가사용을 선호하는 20~30대 젊은 근로자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이직을 하고, 안전사고 횟수도 증가했다. 그러나 사업참여 후 신규인력 채용과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한 결과 이직률이 50%이하로 뚝 떨어졌다.
유기농주스와 이유식 등을 생산하는 회사는 근무시간 단축과 신규직원채용은 물론 시차출퇴근제, 남성육아휴직제 등 일ㆍ가정 양립분야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추가인력 채용으로 기존 생산직 직원들의 초과근무시간이 50% 줄었다. 종전에는 식사를 밖에서 해결했으나 구내식당을 만들고 회사가 조리원을 채용해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면서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좋은 일터 사업 참여를 계기로 노사가 하나가 되어 협조하는 무형의 자산이 형성됐다”며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며 생산성이 향상돼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고용창출 효과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올해 사업비를 15억 원으로 늘리고 15개 기업에 5,000만원을 지원했다. 사업평가 결과에 따라 기업별로 1,000만 원에서 최고 5,000만 원까지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고 약속사항 이행기업에 대한 인증패도 수여할 예정이다.
허태정 시장은 “대전형 좋은 일터 조성 사업은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노사상생사업으로 자발성과 지속성을 갖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국비확보를 통해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택회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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