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지역에 특허심사 등 지식재산 관련 행정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허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특허정보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데 이어 사우디의 지식재산생태계 조성사업도 맡기로 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지난달 31일 알 스와일렘 사우디 지식재산청장과 리야드에서 사우디 지식생태계 조성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1차 협력사업에 대한 약정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사우디 지식재산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한국 지식재산전문가 15명을 파견하고 사우디 특허심사관의 한국에서의 훈련프로그램 운영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비용 규모는 320만 달러(36억 원) 규모다. 사우디가 지식재산생태계 조성을 완료하는 2023년까지 계속사업으로 진행될 경우 협력프로젝트의 총액규모는 3,800만 달러(430억 원)에 달한다. 1차 협력사업 이후에도 국가지식재산 전략수립, 특허행정정보시스템 개발, 사우디 개인 및 중소기업 대상 지식재산권 상담 등 3개 분야의 협력사업이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 동안 에너지자원과 건설 등의 분야에 그친 사우디와의 협력 영역을 지식재산권 분야로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협약은 의미가 있다고 특허청은 설명했다.
특허청은 사우디에 앞서 UAE와 2014년부터 지식재산분야 협력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UAE의 특허심사를 대행하고 특허행정 정보화 시스템 수출 등을 통해 지금까지 1,400만 달러(150억 원) 규모의 행정한류 서비스를 수출했다. 특허심사의 경우 현지에 한국의 특허심사관 5명이 파견돼 특허심사를 처리하고 있고, 연간 700여 건은 국내에서 특허심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심사대행 수수료로 건당 1,300 달러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방법이 가능한 것은 한국형 특허행정정보 시스템도 수출했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50만 달러 규모의 UAE 특허행정정보시스템 개발을 지원했다. 올해부터 내년말까지 시스템의 유지보수계약도 체결해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형 특허정보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UAE에서는 그 동안 오프라인 중심의 특허출원 환경이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현재 온라인 특허출원율이 97%에 이르고 있다.
지식재산관련 행정 협력이 강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UAE와의 공조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류에 편승해 외국에서 제조한 가짜 한국상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외국계 유통기업에 대한 단속을 약속 받았다.
특허청 관계자는 “UAE당국의 단속으로 짝퉁 한국상품을 마치 한국산 제품인 것처럼 판매하는 일부 외국계 유통기업에 대한 현지 대응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며 “앞으로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를 넘어 중동지역으로까지 확산하는 한류편승 짝퉁상품의 범람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중동지역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식재산시스템 관련분야 확대와 해외수출 지역 다변화도 추구하고 있다. 지식재산 생태계 조성 협약을 체결한 사우디와는 턴키형태의 투자를 통해 지식재산 전분야에 걸쳐 협력파트너별로 선진화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우디와 UAE의 성공모델을 우리기업 진출이 활발하고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세안, 인도, 브라질 등에도 한국형 지식재산서비스 수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형 지식재산 시스템이 해외로 수출되는 만큼 해외에서 한국 친화적인 지식재산 생태계 가 조성되는 셈이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특허, 상표 등 지식재산권을 빠르게 획득하고 정당하게 보호를 받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 시스템 수출과 관련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에 도움을 주고 서비스 수출증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우리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하는 외국 국가들과 지재권 분야 협력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우리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지식재산권 국제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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