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기 갈등 다시 수면 위로
군 당국이 일본 군용기가 우리 함정에 3해리(약 5.5㎞) 이내로 근접할 경우 레이더 조사(照射ㆍ겨냥해 쏨)를 할 수 있다고 일본에 경고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한일 간 ‘레이더 조사ㆍ위협비행’ 갈등이 고조됐던 당시 한국이 보냈던 이 같은 경고를 일본 측이 이달 중순 철회해달라고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초계기-레이더 갈등이 다시 떠오르면서 한일관계의 악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방부는 22일 ‘레이더 조사를 경고하는 한국군의 신지침, 안보협력에 그림자’란 제목의 일본 언론 기사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국방부는 한일 간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우리 군의 군사적 조치와 기조에 대해 일본 측에 설명한 사실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전 세부절차 등 대응 매뉴얼을 일측에 공개한 사실은 없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일본이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을 재개한 1월 23일 주한 일본 무관을 초치(招致)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3해리 이내에 일본 초계기가 저공위협 비행시 우리 함정과 인원 보호를 위해 STIR 조사 전 경고 통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관례상 3해리 이내 군용기가 접근하면 적대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국방부가 입장문을 낸 것은 이날 오전 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이 “한국 측 함정에 3해리 이내로 접근하는 군용기에 대해 화기관제레이더(STIR) 조사를 경고한다는 방침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일본 언론 보도를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협의 내용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내용이 일본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선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일측은 이달 10~11일 한일 실무자 간 비공개 협의에서 국방부에 이런 기조 철회를 요구했다.
일각에선 1월 이후 잠잠했던 초계기 갈등과 관련한 비공개 협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한일 간 갈등이 다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열리는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간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도 초계기 갈등이 다뤄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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