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대회 전국 확산… 北신문, 연일 대서특필
여성 대상 연령별 권장 헤어스타일까지 소개
대북 제재 국면 장기화에 대비한 북한 정권의 인민 대상 자력갱생 독려가 본격화하고 있다. 동요 차단을 위한 기강 단속도 세지는 형국이다. 옷차림과 머리모양 통제에까지 나섰다.
2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평안남도와 함경북도, 양강도, 라선시 등에서 자력갱생 결의대회가 진행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자립, 자력이 기치 높이 새로운 승리에로!’ 제하 장문의 주민 선동용 글 등 관련 기사를 함께 실어 자력갱생 특집 지면을 꾸미기도 했다.
결의대회는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시초는 강원도다. 18일 원산시 해안 광장에서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쥐고 사회주의 건설의 전구마다에서 일대 앙양을 일으키기 위한 강원도 결의대회’가 개최됐다고 이튿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지역 결의대회 소식을 이례적으로 1~2면에 전면 배치하고 대서특필했다. 신문은 평양시와 평안북도, 황해남도, 황해북도, 자강도, 남포시에서도 각각 결의대회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20일자 기사로 알렸다.
이런 움직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2기’를 여는 12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 노선을 천명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라며 “적대세력의 제재 돌풍은 자립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태양절(15일ㆍ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가 마무리되면서 노선 관철 분위기 조성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짐작된다.
책동과 더불어 북한 지도부가 추진 중인 비상 대책은 내부 장악이다. ‘고난의 행군’ 이후 주민들에게 ‘단정한 외양’을 요구하는 등 도덕적 기풍 확립에 신경 썼던 1990년대 말 상황을 재연하려는 것이다. 이번 역시 외양이 우선 타깃이다. 노동신문은 21일 기사 ‘우리 인민의 정서와 미감에 맞게’에서 “지금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을 유포시켜 우리 인민들의 건전한 사상의식, 혁명의식을 마비시키고 우리의 제도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기 위한 적대세력들의 책동은 더 악랄해지고 있다”며 “건전하고 고상한 옷차림과 머리단장은 단순한 형식상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상ㆍ제도ㆍ문화를 지키고 빛내이기 위한 심각하고도 첨예한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간섭도 구체적이다. 같은 날 노동신문 별도 기사 ‘나이에 어울리는 여성들의 머리단장’은 권장되는 연령별 헤어스타일까지 소개했다. △사회에 진출한 처녀들이나 갓 결혼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경우 긴 머리 형태를 기본으로 하면서 앞머리칼을 여러 가지로 할 수 있고 △대학생은 단발머리나 땋은 머리로 단장해야 하며 △중년기에는 굽실굽실한 중간 머리 행태가 △노년기에는 단정하고 위생 관리에 편리한 짧은 머리 형태가 각각 좋다고 권하는 식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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