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확인서 허위서명 강요” 57%
81%는 “독립된 휴게장소 없다”
“영유아들 낮잠시간에 교대로 쉬라는 게 정부 대책입니다. 사실상 쉬지 말라는 이야기예요. 아기들은 잘 때도 수시로 확인해야 되는데 교사 한 명이 2개 반을 돌볼 수 있을까요?” (전직 보육교사 신모씨)
보육교사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름하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게 휴게시간을 보장하도록 지난해 2월 근로기준법(8시간 근무 1시간 휴식)이 개정됐지만 인력충원은 제대로 되지 않고, 과중한 행정업무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법 개정에 맞춰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어린이집 보조교사 6,000명을 충원했고, 올해도 1만5,000명 추가채용 예산을 배정했다. 이들을 보조교사로 활용해 다른 교사들이 휴게시간에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민간 어린이집은 비용부담을 꺼려 보조교사 채용을 꺼릴 뿐만이 아니라, 이들이 보육교사 휴게시간에 활용되는게 아니라 청소ㆍ차량운전 등 잡무에 동원된다는 것이 보육교사들의 주장이다. 알림장, 일일보육일지, 관찰일지(월 2회) 등 문서작업은 여전히 보육교사 몫이다.
경기도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함모(39)씨는 “정부 대책에 따라 보조교사들이 보육교사가 쉴 때 아이들을 돌봤지만 이들이 너무 힘들어하면서 2달 만에 그만뒀다”면서 “보조교사들을 새로 뽑았지만 등원시간ㆍ식사시간 지도, 원장 선생님 행정업무를 돕는 역할만 맡지 아이들을 직접 돌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함씨는 “휴게시간을 보장 받지 못하는 대신 가능한 빨리 퇴근하는 것으로 원장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공연대노조 산하 보육교직원노조가 보육교사 7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지난 3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401명) 중 57%가 휴식확인서에 허위서명을 강요당했다. ‘어린이집에 독립된 휴게장소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81%가 ‘없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휴게시간에 아이들은 누가 돌보는가’ 하는 질문에는 ‘동료교사’라는 답변이 43%로 가장 많았지만, ‘대신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없다’(35%)는 응답이 두 번째를 차지했다. 제대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여러 차례 휴식확인서에 허위서명을 강요당하다가 최근 보육교사를 그만둔 신씨는 “보조교사가 있다 해도 오후 일찍 퇴근하니 정작 보육교사가 쉬어야 할 때는 도움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하루를 기본보육(오전 9시~오후 4,5시)과 연장보육(오후 4,5시 이후)으로 나누고 담당교사를 따로 편성하는 새 보육체계가 내년 3월 도입되면 이런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육교사는 기본보육시간(7시간)만 일하고 연장보육교사(보조교사)와 교대한 뒤 한 시간 쉰 뒤 1시간 행정업무를 하고 퇴근하는 식이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은 학부모들이 보조교사에 대한 신뢰가 낮고, 각종 교육과 행사를 계획하고 실행, 평가하는 일은 여전히 담임교사 몫이어서 결국 자신들이 연장보육 시간에도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오승은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기존 보육교사가 6시간 동안만 아이들을 돌보고 연장보육교사와 교대해 나머지 2시간 동안 휴식과 행정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정부가 연장보육교사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보조교사들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고 있지 않다. 현수엽 복지부 보육정책과장은 “보조교사의 근무형태는 정부 예산안 편성이 대체로 끝나는 7월말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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