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프로테니스(ATP)에서 클레이코트를 10여 년 넘게 지배해온 ‘흙신’ 라파엘 나달(33ㆍ스페인 ㆍ2위)의 위엄에 금이 갔다.
파비오 포니니(32ㆍ이탈리아ㆍ12위)는 21일(현지시간)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ATP 투어 롤렉스 몬테카를로 마스터스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두산 라요비치(29ㆍ세르비아ㆍ24위)를 2-0(6-3 6-4)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포니니는 자신의 프로 통산 9번째 타이틀이자 첫 번째 마스터스 1,000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포니니는 앞선 20일 열린 준결승에서 유력한 우승후보이자 이 대회 12번째 정상 도전에 나섰던 나달에 2-0(6-4 6-2)으로 완승을 거두며 파란을 일으켰다. 나달은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11회, ATP 마스터스 시리즈 24회 우승 등 매년 봄철 클레이 시즌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하지만 9회 우승 중 8회를 클레이에서 거둔 포니니에게 무너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나달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14년 만에 클레이에서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며 “긍정적인 부분을 찾을 수 없었고 질만 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반면 포니니는 16강 알렉산더 즈베레프(23ㆍ독일ㆍ3위), 8강 보르나 초리치(23ㆍ크로아티아ㆍ15위)에 이어 나달까지 세계 톱랭커들을 연이어 격파하며 자신의 첫 마스터스 시리즈 우승 감격을 맛봤다. 포니니는 “오늘 밤은 다른 건 잊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나달과의 준결승전에 대해서는 “나달은 클레이에서 몇 번이나 승리했는지 모를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며 “4강전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나의 최고의 테니스를 쳐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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