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최대식씨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최고령 합격
“뭘 알고 간병을 해야 평생 함께 한 아내와 오래 오래 살 것 같아서 공부를 시작했어.“
치매 아내를 돌보기 위한 구순 남편의 아름다운 순애보가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도전을 성공시켰다.
22일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발표된 ‘제27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합격자’ 명단에 예산에 사는 최대식(91) 할아버지가 전국 최고령 합격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 할아버지는 치매를 앓는 아내를 돌보기 위해 지난달 30일 치러진 시험에 도전, 필기와 실기 시험 모두 합격선인 60점을 넘어 자격증 취득에 성공했다.
할아버지의 아내(81)는 지난해 7월쯤 치매증세를 보였다. 아내는 자신이 관리하던 통장이 제자리에 없다며 할아버지를 채근하거나 약 먹는 시간을 계속 놓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
경증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 지난 1월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직원으로부터 아내를 더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예산간호학원 부설 요양보호사교육원에 수강 등록한 할아버지는 두 달간 강의를 들은 뒤 첫 시험에서 합격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하루 8시간 학원수업에 단 한번도 지각 결석 없이 240시간을 수료했다. 그러나 집안에서 아내를 돌보며 빨래와 청소 등 집안일을 해야 했기에 공부시간이 늘 모자랐다. 이 때문에 학원에서 치른 모의고사에서 합격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눈 여겨 본 공동식(50) 예산요양보호사교육원장은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수업이 끝난 뒤 할아버지를 위해 별도의 맞춤수업을 진행했다. 새로운 문제집과 교재를 구해주며 다양한 문제풀이를 도왔다.
공원장은 “600쪽이나 되는 기본 교재에 문제집까지 풀려면 1,000쪽 이상을 공부해야 하는데 워낙 정정하게 집중을 잘 하셨다”며 “할아버지는 단 한번도 ‘못하겠다’라는 말씀이 없을 정도로 긍정적인 성격과 자신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수업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 할아버지는 오는 6월 복건복지부 치매전문 교육을 받으면 요양보호사 자격을 얻어 평소처럼 식사, 목욕 수발을 하면서 가족 요양을 통해 한 달 50만∼60만원의 요양보호사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최 할아버지는 “점차 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노인들을 가정 내에서 돌볼 수 있도록 전문적인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아흔이 넘은 나도 도전하는 만큼 용기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산=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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