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고 아래 쪽방] <중> 벗어날 수 없는 쪽방의 굴레
“사람이 살 만한 공간을” 원룸형 안심 공동주택 건립 구상
종로구청이 고안한 ‘쪽방ㆍ저소득 어르신 공공임대 주택’. 그래픽=강준구 기자

행정기관의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는 쪽방 수만 1,264개. 서울 시내에서 노후한 쪽방 건물과 쪽방 주민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있는 종로구의 고민이 깊다. 지난해 초 돈의동 쪽방 화재(1명 사망), 종로5가 서울장여관 화재(6명 사망)에 이어 관수동 국일고시원 화재(7명 사망) 등으로 많은 이의 목숨이 희생된 도시 빈민들의 마지막 거처가 이곳 종로구 일대에 ‘쪽방촌(돈의동ㆍ창신동)’ ‘고시원’ ‘달방(보증금 없는 여관ㆍ여인숙 셋방)’의 형태로 빼곡히 들어서 있는 터다.

서울 종로구는 “붕괴와 화재 위험에 상시 노출된 쪽방과 저소득층 노인의 주거복지를 위해 청계천변 공공용지에 원룸형 안심 공동주택 건립을 위한 계획을 수립, 서울시에 제안했다”고 7일 밝혔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이 아닌 쪽방 주민 등 최하 저소득층이 입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 주택을 자치단체가 제안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구는 전용면적 14.7㎡에 전용 화장실과 취사시설, 발코니까지 갖춘 지하2층, 지상10층 규모의 ‘쪽방ㆍ저소득 어르신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해 300가구가 살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주거기준법상 1인 가구 최저 주거기준을 충족한다. 외부와 단절된 쪽방촌과 달리, 이곳에서는 지속 가능한 생활과 사회로의 자활을 촉진하도록 공동작업장, 기술교육원, 사회적경제 활동 공간, 상담소 등 시설을 주택 단지 내에 두겠다는 방침이다.

구에 따르면, 종로구 창신동 청계천 인근의 삼일아파트 1~6동이 공공임대주택 부지로 물망에 올라 있다. 국가 소유 토지이기 때문에, 이후 보상 절차 등에서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됐다. 1969년 시가 조성한 시민아파트였지만 지금은 안전문제로 아파트 부분은 철거되고, 1, 2층 상가만 남아 있다. 현재 해당 부지는 2007년 청계천 복원계획에 따라 공원녹지 지역으로 지정돼 개발을 할 수도 없는 상태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공공주택사업을 위해 공원녹지 지정 해제를 일부 검토 중이다.

해당 부지는 창신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이들의 생활권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종로구 관계자는 “사회 관계가 단절된 쪽방 어르신들은 쪽방촌을 고향처럼 여겨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구상 중인 공공임대주택이 적어도 사람이 살 만한 공간에서 자립을 꿈꾸는 발판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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