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이 우리나라를 덮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도의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위협이 된 미세먼지를 더 이상 바라 볼 수만은 없기에 주변에서 시도할 수 있는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일러다. 노후 일반 보일러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 알려지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보일러인 콘덴싱보일러 사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환경부는 대기관리권역 내에 친환경보일러만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그간 국가적, 외교적 차원에서만 논의되던 미세먼지 해결책이 거시적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 주변으로 전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사례다. 콘덴싱보일러 사용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든 보일러 제조사가 콘덴싱 보일러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 없다는 점도 반가운 요소다.
다만, 이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클린 디젤’의 역설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디젤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는 장점으로 인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높아 이내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환경문제에 있어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미세먼지 대란에 처해있는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콘덴싱보일러는 난방 기기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높은 효율로 인해 질소산화물 감소 효과가 크며, 이 외에도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의무화 이후 콘덴싱보일러를 사용하게 될 국민들이 가스비 절감으로 인해 경제적인 혜택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단기간에 콘덴싱보일러 설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 콘덴싱보일러를 최대한 많은 곳에 설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 일각에서 설치에 제약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낡은 고택이 많은 유럽 국가에서 이미 동일한 문제를 겪었음에도 콘덴싱보일러 보급율이 90%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가 일반적인 우리 나라의 주택 구조에서는 콘덴싱보일러에서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응축수를 배수하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에, 유럽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설치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근원적인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 방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에너지 자원의 효율적 사용으로 질소산화물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까지 기여할 수 있는 콘덴싱보일러는 대기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물론 의무화가 시행된 이후 다소의 시행 착오는 예상되지만, 대기 환경을 개선한다는 법의 설립 목적이 최대한 달성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친환경 보일러 보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가능한 해법을 모색하기를 기대해 본다.
채충근 미래기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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