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무기(칼)를 지녔다는 혐의로 체포된 25세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Freddie Gray)가 불과 일주일 만에 척추와 후두부 손상으로 수술 끝에 숨지면서 2015년 볼티모어 폭동이 시작됐다. 사인 규명을 요구하던 시민들의 시위는 미심쩍고 미온적인 경찰 대응에 부글부글 끓다가 4월 27일 장례식을 전후해 폭동화했다. 시 경찰국의 진압이 불가능해지면서 메릴랜드 주방위군과 주 및 인근 군 경찰이 시위 진압에 가세했다. 일주일 여 동안 경찰관 113명과 시민 2명이 부상을 당했고, 486명이 연행됐다. 상점 수백 곳이 털렸고, 자동차와 건물 등 다수가 불탔다. 법의학 당국은 5월 1일 그레이의 사인을 살인으로 판명했고, 그의 체포ㆍ구금에 관여한 경관 6명은 2급살인죄 등 다수의 혐의로 기소됐다. 사태는 5월 3일 무렵 진정됐다.
볼티모어는 미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Orioles)의 연고지다. 오리올스는 92년 개장한 캠든 야드의 홈구장 오리올파크에서, 장례식이 열린 4월 27일부터 시카고 화이트삭스(White Sox)와 3연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거리가 전쟁터처럼 요동치던 판이어서 27일과 28일 경기는 취소됐다. 하지만 시즌 경기를 다 소화하기 위해서는 29일 경기까지 취소할 수는 없었다. 오리올스 구단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29일 오후 2시 화이트삭스와의 경기를 예정대로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찰 당국의 요청에 따라 관객은 입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표를 구입한 팬들은 시즌 중 어떤 홈경기에도 입장할 수 있고, 월ㆍ화 표를 구매한 이들도 추후 더블헤드 입장권과 교환할 수 있게 했다.
4월 29일, 양 팀은 MLB 역사상 처음, 고요한 스타디움에서 서로의 숨소리까지 들으며 경기를 치렀고, 오리올스는 매니 마차도(Manny Machado, 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의 홈런 등을 앞세워 8대 2로 대승했다.
그날 경기장에서 드물게 왁자지껄했던 곳은 기자들이 모인 홈 베이스 뒤편 프레스룸이었다고 한다. 다음날 경기 소식을 전한 가디언 기자는 “전광판만 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경기였지만, 그것 말고는 모든 게 잘못된 경기였다”고 썼다. 그는 경기가 중산층이 붕괴한 빈부격차의 도시 현실, 극복하려면 아직 먼 차별 현실의 상징 같았다고도 썼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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