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선량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지구 생명체를 꼽으라면, 펭귄은 선두를 다툴 만한 동물이다. 기우뚱기우뚱 빙판 위를 걷는 둔한 몸짓이, 찬바람 등지고 무리가 모여 하염없이 웅크린 애처로움이, 결코 정교하달 수 없고 사실 그럴 필요도 없는 흑백의 단정한 보호색이 그런 이미지에 기여했을 것이다. 불후의 ‘만우절 농담’ 중 하나로 꼽히는 2008년 영국 BBC의 ‘하늘을 나는 아델리 펭귄’ 동영상은, 바다쇠오리의 비행 장면과 합성한 가짜 영상이지만, 월트디즈니의 판타지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했다. 내레이션을 맡은 영국 배우 테리 존스는 흥분한 어조로 “추위로부터 뭉쳐 선 채 자신들을 수동적으로 지키려는 대신, 그들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고 그 어떤 펭귄들도 엄두조차 못 내던 엄청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펭귄을 쳐다보면서 분노의 감정을 유지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조 무어(Joe Moore)라는 이의 말은 펭귄에 대한 가장 아름답고 또 적절한 헌사로 꼽힌다.
물론 무어의 말에 새우나 작은 어류, 문어 같은 펭귄의 먹이생물들이 동의할 리 없다. 펭귄은 능란한 수영 선수여서 가장 빠른 종인 젠투(Gentoo)펭귄은 수중에서 시속 35km 속도로 헤엄칠 수 있다. 그 속도로 포식자로부터 도망을 치고, 먹이를 사냥한다. 물속에서 그들의 발톱은 맹금류 못지 않다.
해양환경 민간 NGO인 ‘OCEANITES’ 보고서에 따르면, 펭귄은 2017년 현재 약 1,200만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모두 남극과 호주, 뉴질랜드, 남미, 남아프리카 등 남반구에 산다. 키 1.2m에 몸무게 40kg씩 나가는 황제펭귄서부터 키 40cm에 몸무게도 1kg이 채 안 되는 ‘쇠푸른펭귄(Little Blue Penguin)’까지 총 17종이 있고, 그 중 11종이 세계자연기금(WWF)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거나 취약종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환경 파괴가 그들의 최대 위협이다.
4월 25일은 ‘세계 펭귄의 날(World Penguin Day)’이다. 유래는 분명치 않으나, 이맘때 남극 아델리 펭귄들이 먹이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남극 로스아일랜드의 미국 맥머도 기지 연구원들이 처음 제안했다는 설이 있다. 1월 20일도 ‘펭귄의 날(Penguin Awareness Day)’이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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