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봉우ㆍ황운정 지사 유해 고국으로… 대통령 첫 국외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식 주관
문재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수도 누르술탄에서 현지에 안장돼 있던 계봉우ㆍ황운정 지사와 부인들의 유해 봉환식을 주관했다. 국외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식을 대통령이 직접 주관한 첫 사례다. 문 대통령은 “네 분을 모시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임무이자, 독립운동을 완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앙아시아 3국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21일 오후(현지시간) 누르술탄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두 지사와 부인들 유해 봉환식을 열었다. 계 지사는 함경남도 영흥 출신으로,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북간도 대표로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했다. ‘독립신문’에 글을 게재해 독립활동을 장려했고,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뒤엔 ‘조선문법’ ‘조선역사’ 등을 집필하며 한글학자로서의 길도 걸었다. 정부는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황 지사는 함경북도 온성 출신으로 1919년 함경북도 종성과 온성 일대에서 3ㆍ1운동에 참가했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무장부대의 일원으로 선전공작을 통한 대원 모집과 일본군과의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 2005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이날 봉환식은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정부 관계자, 유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카자흐스탄 군악대의 장송곡 연주로 시작됐다. 카자흐스탄 군 의장대가 유해를 운구해 우리 군 전통의장대에 인계하고, 우리 군악대가 아리랑을 연주하자 문 대통령이 계 지사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황 지사에겐 건국훈장 애족장을 각각 헌정했다. 우리 군 의장대가 유해를 대통령 전용기로 운구하는 순간 군악대는 한국 가곡 ‘님이 오시는지’를 연주하며 이역만리를 떠돌다 고국으로 귀향하는 두 지사의 넋을 달랬다.
문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계봉우 지사님과 배우자 김야간님, 황운정 지사님과 배우자 장해금님, 이제야 모시러 왔다”며 “우리 정부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하신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기리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계 지사의 증손녀인 계 이리나씨 “할아버지께선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살아 생전의 꿈이셨다”며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이렇게 꿈이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 황 지사의 외손자 리 베체슬라브씨는 “항일 투쟁을 벌였던 한인들에 정치적 박해가 심했고 그래서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 내에서도 이들에 대해 아는 이가 적었다”며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이제 고려인들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독립유공자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로써 두 지사를 포함해 해외에 있던 독립유공자 유해 141위가 국내로 봉환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외 안장된 독립유공자 유해는 152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국에서 생을 마감한 독립유공자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카자흐스탄 정부를 통해 만주 대한독립군 총사령군이었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도 추진 중이다.
누르술탄(카자흐스탄)=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