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허리 다쳐 산재 처리 안돼 사회적 불만 가중

2011년 1∼16년 7월까지 68차례 조현병 외래 치료

[저작권 한국일보] 진주 방화 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이 19일 오후 치료를 받기 위해 경남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진주=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이웃주민들을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은 3년 전까지 5년간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가 중단해 사회에 대한 불만과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진주경찰서는 21일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피의자 안인득에 대한 정신상태 등을 분석한 결과 안은 10년 전 김해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 중 허리를 다쳐(허리디스크ㆍ척추관 협착증)산업재해 신청을 했으나 ‘불가’판정을 받으면서 사회적 불만이 쌓이면서 피해망상 증세가 심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안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계속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편에 서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 및 배신감이 증폭되면서 분노감이 극대로 커진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인득도 경찰 조사에서 “불이익을 당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안에 대한 과거 정신질환 치료 내역 수사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치료 내역을 확인한 결과 2011년 1월부터 2016년7월까지 진주시 모 정신병원에서 총 68차례에 걸쳐 ‘상세불명의 조현병’으로 치료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지금까지 경찰 조사 결과 안은 장시간 대화 시 일반적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로 정신질환이 악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안이 2016년 7월 이후 병원치료만 중단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안은 2010년 공주치료보호감호소에서 정신분열증으로 한 차례 보호 관찰을 받은 전력도 있어 관계기관간 촘촘한 추적관리시스템만 작동했더라도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실제 지금까지 조사에서도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아파트 위층 및 이웃주민들과의 잦은 마찰(경찰출동 6건)과 외부에서의 폭행(2건) 등 날이 갈수록 폭력성도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안이 5년간 조현병 치료를 받았지만 진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례관리 대상에 안의 이름은 없었다. 안을 치료한 병원에서 안의 ‘본인동의’ 없이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안의 진료기록 일체를 통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료 납부액이 월 10만원 이하의 사람이 관리대상이 되면 매달 약제비와 외래진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안은 2015년 12월 지금의 아파트에 입주해 2017년 10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책정돼 매달 생계급여와 의료비 및 주거비 지원을 받아 온 터여서 충분히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지만 안은 병원치료를 돌연 중단했지만 현행 시스템으로는 안의 치료를 강제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조사에서 안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하면 정신은 맑아지고 좋아졌지만 어느 날부터 몸에 이상이 생기고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느껴 약 복용을 중단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해 이번 사건은 장기 장신질환 치료 환자에 대한 추적관리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뒤늦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진주=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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