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번째 ‘노란 조끼’ 시위 파리 등 프랑스 주요도시서
“노란 조끼에 10억유로 내놓아야” 부유층 ‘위선’ 주장하기도
20일 프랑스 파리 도심서 '노란 조끼'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시위 참여자가 오토바이에 불을 붙이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스물세 번째 ‘노란 조끼’ 시위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15일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고로 프랑스 전역이 뒤숭숭한 가운데 시위대는 노트르담 화재에 쏠린 관심을 자신들에게도 가져 달라고 요구했다.

폭력 시위 양상은 이번에도 계속됐다. 20일 오전 시위가 시작될 때만 해도 시위대는 프랑스 국기를 흔들며 평화 행진에 나섰지만 오후에 양상이 돌변했다. 시위대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부의 불평등을 지적하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가린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복구에 세계 각국 부호들이 10억유로(약 1조2,786억원)를 기부하겠다는 게 시위대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는 “사람이 먼저다”라며 “노란 조끼에게 10억유로를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한 시위 참여자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건은 큰 비극이지만, 사람은 그런 돌덩어리들보다 더 중요한 존재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호들의 기부가 ‘위선’이라는 현수막도 거리 곳곳에서 목격됐다. 시위 한편에서는 “(줄리언) 어산지를 석방하라”는 구호도 눈에 띄었다.

오후 들어 공화국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평화 시위를 호소하며 “극렬 시위자들과 거리를 유지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헬멧을 착용하고 얼굴을 가린 강경 시위대들이 경찰에게 돌을 던지는 모습이 목격됐다. 시위대는 오토바이와 쓰레기통 등을 도로 한가운데서 불태웠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응수했다. 15일 노트르담 화재로 진을 뺐던 소방관들 역시 도심 곳곳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왔다. AP통신은 최소한 두 명의 기자가 이번 시위에서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시위대 일부는 화재 이후 통제된 노트르담 대성당 방향으로 향했지만 인근 지역을 보안구역으로 설정한 경찰에 가로막혔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번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할 우려에 따라 전국적으로 6만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이날 시위대 200여명이 연행됐고 시위 참여가 예상되는 2만여명을 검문했다고 프랑스 내무부는 덧붙였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극렬 시위대 탓에 파리가 ‘폭동의 수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당초 노란 조끼 시위와 관련된 사회적 대토론을 가진 뒤 지난 15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고로 취소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3년째에 돌입하는 오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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