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신고포상금의 25%를 내부 지급… 국세청ㆍ경찰청은 일반인에만 지급
관세청이 관세 탈루, 마약 밀반입 등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예산으로 지급하는 신고 포상금을 지난 46년간 내부 직원에게 ‘나눠주기 식’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관세 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국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보완한다는 애초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예산을 공무원의 쌈짓돈처럼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갖가지 명목의 포상금
21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관세청은 연간 신고포상금 예산으로 27억원을 배정받아 운용하고 있다. 이는 관세범을 세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관세행정 개선ㆍ발전에 공을 인정받은 이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예산이다. 1948년 관세법 제정 때부터 밀수단속에 의한 벌금ㆍ몰수금ㆍ추징금 등에 대한 상여금으로 지급했던 포상금은 1974년부터 포상금제도로 전환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용처는 관세청 내부 공무원에게 향하는 것이 적지 않다. 관세청은 매달 ‘이달의 관세인’을 선정한다. 관세 포탈, 마약 밀수 적발 등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직원들이 받는 상으로 수상자에게는 인사우대 등 각종 특전이 부여된다. 그런데 관세청은 이들에게 예산에서 나오는 포상금 50만원씩을 따로 지급하고 있다. 이밖에 △우수공무원 △우수부서 △유공 포상 등 내부 지급용 포상금도 많다.
‘우수’, ‘유공’의 명목도 다양하다. 관세 포탈, 마약 밀수 적발 등 외에도 △국정과제 등 수행유공 포상 △감사업무 우수부서 포상 △원산지 단속분야 포상 △온라인 홍보 유공 직원 포상 △연말 자체포상 시상금 등도 포상금 대상이다. 포상 예산이 공무원 개인의 수당이나 부서 운영비로 전용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급된 내부 포상금액은 2017년 6억8,000여만원에 달했다. 전체 포상금 예산의 4분의 1 가량이 내부용으로 쓰인 셈이다. 앞서 2009~2013년에는 공무원 대상 포상금이 민간인 포상금(9억여원)의 2배가 넘는 18억~24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국회 등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최근 들어 다소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본업 하면서 포상금도 챙긴다?”
관세청의 내부 직원 대상 포상금 관행의 근거는 관세법이다. 관세법 324조는 ‘관세범을 세관이나 그 밖의 수사기관에 통보하거나 체포한 자로서 공로가 있는 사람과 범죄물품을 압수한 사람으로서 공로가 있는 사람’ 등을 포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별히 포상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다 보니, 설립목적에 따른 본연의 업무를 하고도 포상금을 지급할 여지가 열려 있는 셈이다.
이는 비슷한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는 국세청, 경찰청 등과 대비된다. 국세기본법은 조세범을 처벌하는 데 중요 자료를 제공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하면서도 ‘공무원’일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계약직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승소포상금을 제외하고 공무원이 자기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포상금을 받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주요 사건 수사단에 특수활동비 등 수사비를 지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살인범 잡았다고 경찰에게 포상금을 지급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의 셀프 포상금 지급은 이중 혜택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은 인사고과를 통한 승진, 성과연봉 인상 등의 혜택을 받는다”면서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수행했다고 포상금까지 받는 건 중복 혜택”이라고 꼬집었다.
◇”포상 금지” 법 개정안도 발의
논란이 커지자 관세법 개정안까지 나왔다.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세관공무원 등이 관세범 체포 등 직무 관련 공로가 있는 경우에는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첨부한 관세법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포상금 예산이 취지와 달리 부서 운영경비나 개인 수당으로 편법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사건수사비 예산이 크게 부족해 경비 일부를 포상금으로 보전하는 상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수사비 관련 예산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세청도 국세청과 경찰청 등과 같이 특수활동비(올해 약 5억원), 특정업무경비(약 126억원), 업무추진비(18억원) 등이 책정돼 있다. 관세청은 올해 국내외 여비 예산으로도 각각 95억원과 37억원을 확보했다. 정부 관계자는 “특활비, 특정업무경비, 업추비 등이 충분하다고 하는 부처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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