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사절 담긴 벽화에… “실물로 봐 감회가 새로워”
울루그벡 천문대 등 시찰… 文“양국은 오랜 친구 같은 관계”
자신의 저서 ‘운명’에서 역사학자가 꿈이라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역사 고도인 사마르칸트를 찾았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은 한-우즈벡 양국의 교류 흔적 등을 발견하고 과거부터 이어온 양국의 협력 관계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 역사ㆍ문화 유적지인 사마르칸트를 찾아 유적지를 시찰했다. 사마르칸트는 우즈베키스탄의 고대 수도이자 티무르 제국의 전성기를 이룬 곳이다. 실크로드 교역의 기지로 번성하며 고대 유라시아 대륙 교류의 중심도시인 이곳은 2001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시찰에는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부부도 동행했다.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15세기 티무르왕의 손자 울루그백이 만든 천문대였다. 세종대왕이 통치하던 시기와 울루그백이 사마르칸트를 통치하던 시기가 같다는 우즈베키스탄 가이드의 말에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보였다. 울루그벡 천문대는 해와 달을 통해 시간을 계산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현재는 지상 시설 일부는 파괴됐고, 지하 11m 깊이의 시설만 남아있다. 문 대통령은 벽에 붙어 있던 천문표를 보며 “지금하고 거의 같다. 천문표가 세종대왕과 같은 시기에 도입됐는데 그 시기에 천문학까지도 교류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세종대왕 시기가 한국 왕조 시기에서 가장 융성했던 시기”라며 설명했다. 가의대 “한국 광주에도 비슷한 시설이 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경주”라고 바로잡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아프로시압 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긴 문 대통령은 곧장 벽화실로 방문했다. 이곳엔 7세기 바르후만왕의 즉위식에 참석한 외국 사절단의 그림이 있다. 사절단 가운데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두 인물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직접 고구려 사신이 그려져 있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찾아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쓰고 있는 관에 새 깃털이 있는데 그것이 고구려의 독특한 것이라는 것을 중국의 전문가들이 확인했고, 차고 있는 칼도 고구려 것”이라며 “고구려 사신이 이 시기에 사마르칸트에 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만큼 양국 교류의 역사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2017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복사본을 선물로 가져왔는데 실물로 보게 돼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레기스탄 광장을 찾은 문 대통령은 실크로드 문명의 유래를 듣던 중 “한국에서 간 비단과 종이도 있었다”고 직접 설명하자, 가이드는 “당시 한국에서 온 비단이 말 3마리와 바꿨을 정도로 비쌌다”고 거들었다. 또 인근 전통공예품을 만드는 상점에 들러선 사마르칸트 종이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질문하더니 “한국 닥나무 종이와 방법이 비슷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유적 방문지인 티무르 제국의 전성기를 이룬 구르 에미르 묘에서 티무르 제국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문 대통령 특유의 문화적 유대감을 쌓으려는 노력이 묻어 나온 행보였다. 문 대통령은 작년 7월 인도를 국빈 방문했을 당시, 고대 인도의 아유타국의 공주(허왕후)가 고대한국의 가야왕국의 국왕(김수로왕)과 혼인한 내용을 언급하며 양국의 교류를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달 아세안 3국을 순방했을 때도 세계문화유산인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예정에 없이 방문하기도 했다.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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