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동포간담회서 언급… 수도 타슈켄트에 ‘한국문화예술의 집’ 개관
문 대통령을 ‘형님’이라 부른 우즈벡 대통령 “한인 동포 위해 최선 다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고려인 동포들을 만나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고려인은 1920년대 스탈린 치하 소련 연해주 등지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조선인 약 17만 명의 후손이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에는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18만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타슈켄트에서 문을 연 ‘한국문화예술의 집’ 연회장에서 열린 고려인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우즈베키스탄 국민으로 존경 받고 있는 18만 고려인 동포 여러분은 대한민국에도 큰 자랑”이라며 “그분들의 근면ㆍ성실이 자손에게 이어져 우즈베키스탄 정ㆍ재계, 문화예술계 등 곳곳에서 많은 고려인 후손들이 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 4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수교를 맺은 지 30년도 되지 않은 양국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형제국이 된 것은 고려인 동포 여러분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인섭ㆍ전일ㆍ한창걸ㆍ한성걸 선생을 거론하며 이들에게 건국훈장을 추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인섭 선생의 아들 이 아나톨리 님은 존경받는 파일럿이 돼 우즈베키스탄 은성훈장을 받았고, 전일 선생의 외손녀인 신 이스크라 화백은 아시아의 피카소 고 신순남 화백의 며느리로 우즈베키스탄 공훈예술인”이라고 소개했다. 또 “한성걸 선생의 손자 한 블라디슬라브 님은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고려인들의 소식을 전하고 있고, 외손자인 정 알렉산드르 님은 IT 전문가로 우즈베키스탄 정보통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훈ㆍ포장을 받지 않았더라도 고려인 1세대는 모두 애국자이고 독립유공자”라며 “3ㆍ1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자랑스러운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을 만나게 되어 매우 뜻 깊다”고 전했다.
정부의 지원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한국 기업 진출과 투자 확대에 최우선적 기회를 부여하고 국적이 없는 고려인 동포들의 국적 문제 해결도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박 빅토르 고려문화협회장은 건배사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은 고향에서 수천㎞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저희는 항상 조국에서부터 고려인들에게 보여 주는 따뜻한 배려를 늘 느낄 수 있다”며 화답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극진한 예우를 이어갔다. 그는 “제 소중한 친구이며 형님인 문재인 대통령님과 존경하는 김정숙 여사께서 이 뜻깊은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함께해 주셔서 큰 영광”이라 말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1953년생인 문 대통령보다 네 살 적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국빈 방한한 당시 문 대통령에게 “한국에 와서 형님과 친구를 얻어서 매우 좋다”며 “아주 오래 안 것 같은 느낌”이라고 친근감을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이날 개관한 한국문화예술의 집을 언급하며 “한인 동포들이 전통 풍습을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이 조성된 만큼 우즈베키스탄은 앞으로도 한인 동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타슈켄트=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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