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화산재 지반에 많은 비 때문으로 결론, 마을 주민ㆍKBS 중계소 전부 빠져 나와
축구장 면적 8배 넓이의 땅이 갑자기 내려앉아 주민 대피소동까지 빚었던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2리 까끼등마을의 지반침하 원인이 2년만에 밝혀졌다.
울릉군은 최근 울릉군청 회의실에서 까끼등마을 정밀안전진단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2017년 3월부터 나타난 까끼등마을의 침하 면적은 6만1,000㎡로, 국제공인 축구장(면적 7,140㎡) 8.5개를 합친 크기와 맞먹었다. 심하게 꺼진 곳은 30㎝이상 아래로 내려앉았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까끼등은 울릉도에서 가장 지반이 약한 지역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2016년 8월부터 울릉지역에 폭우와 폭설이 계속되면서 축적된 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려앉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까끼등마을이 꺼지기 시작한 2017년 3월 이전인 2016년 8월부터 2017년 2월까지 7개월간 울릉지역은 월 평균 240㎜가 넘는 총 1,731.4㎜의 비가 내렸다. 이는 같은 기간 평년 700~800㎜의 양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2016년 8월 울릉지역에는 사흘간 398.1㎜의 폭우가 쏟아져 낙석과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났고, 도로 곳곳이 끊기고 길이 40m의 가두봉 피암터널이 붕괴되기도 했다. 여기다 그해 겨울에는 3일간 유치원생 키만한 108.2㎝의 폭설이 쏟아졌다.
까끼등마을은 지반을 차지하는 화산재 성분의 토양이 섬 안 다른 지역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산섬인 울릉도는 보통 화산재 퇴적층 아래 10m깊이에서 암반이 발견되지만, 까끼등은 지하 30~40m 아래 깊이에서 암반이 관측됐다.
울릉군 관계자는 “울릉도의 토양인 화산재응회암은 수분을 다량 함유하는 특징을 갖는데 까끼등마을 토양의 두께가 다른 지역보다 3배 이상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다”며 “계속된 집중호우로 땅속으로 스며든 물의 양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결과 까끼등마을의 침하 상태는 긴급한 보수와 보강이 필요한 D등급으로 판정됐다. 지반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전봇대 크기의 파일 1,500개를 설치해야 하고, 이에 필요한 공사비는 93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까끼등마을의 지반침하 원인은 2년만에 밝혀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마을이 됐다. 동네 안에 살던 5가구는 당시 임시 대피했다가 결국 경북 포항 등 육지와 울릉읍내로 이주했다. 마을 중간에 자리했던 방송국 KBS 울릉중계소도 지반침하로 직원 숙소와 74m 높이 송신탑이 기우는 등 큰 손실을 입고 울릉읍 도동리 인근 건물로 이전했다.
김병수 울릉군수는 “까끼등마을에 신속히 보강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지속적인 현장점검을 통해 피해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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