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등 긴급대피, 인명피해는 없어
“땅 흔들렸는데” 지자체 늑장 문자에 시민 분통
기상청 “긴급재난문자 송출 지역 해당 안 돼”
19일 오전 강원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해, 강원 지역 주민과 학생 일부가 대피하고 신고가 빗발쳤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기상청은 재난 문자 발송 규정 상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자를 보내지 않아 주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지진문자 발송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16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4㎞(북위 37.88, 동경 129.54도) 해역에서 규모 4.3 지진이 발생했다. 약 24분 뒤인 11시 40분 규모 1.6을 시작으로 오후 3시 49분1.9, 5시 46분 1.9의 여진이 이어졌다. 이번 지진의 진도(진동의 크기)는 강원이 Ⅳ(4)로 가장 높았고, 경북 Ⅲ(3), 경기ㆍ충북은 Ⅱ(2)로 분석됐다. 진도 4는 실내의 많은 사람들이 진동을 느끼고, 밤에 잠에서 깨거나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수준이다. 지진 발생 후 접수된 신고 135건 가운데 강원이 95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9건)과 인천(2건)에서도 감지 신고가 접수됐다.
산불이 강원 일대를 집어삼킨 지 약 2주 만에 지진까지 발생하자 강원 주민들은 또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진이 발생한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강릉과 동해주민들은 갑자기 땅과 건물이 흔들리자 화들짝 놀라 대피했다. 동해시 천곡동 사무실에 있던 이모(60)씨는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차례 강한 좌우 진동이 느껴져 황급히 밖으로 뛰어 나왔다”며 “여진 공포에 1시간 넘게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강릉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강릉시 청사에서도 큰 흔들림이 느껴졌다고 공무원과 민원인들은 전했다. 동해안 대표 관광지인 강릉 경포를 찾은 관광객과 상인들도 이날 오전 좌우로 땅이 크게 흔들리자 불안을 호소했다. 강릉 경포초등학교와 속초 해랑중학교는 수업 중 큰 진동이 느껴지자 전교생이 운동장으로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진 발생을 알리는 재난문자는 지진이 발생한 한참 뒤에 발송돼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나마도 긴급재난문자(CBSㆍCell Broadcasting System) 송출을 담당하는 기상청이 아니라 삼척시(11시29분)와 강릉시(11시36분), 동해시(11시54분) 등 지자체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 약 30분이 지난 뒤에야 주의를 당부하는 재난 문자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박건식(56) 강릉 경포번영회장은 “땅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혼이 빠진 뒤에야 메시지 한 통이 왔다”며 “대응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다 죽고 난 뒤 대피 문자를 보내나’ 등 당국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강릉시 관계자는 “원래 지진이 발생하면 기상청에서 10초 이내 긴급 재난 메시지가 오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번에는 즉시 발송되지 않아 자체적으로 상황 파악 후 시 차원에서 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상청은 해역에 4.0~4.5미만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반경 50㎞ 이내 광역시ㆍ도에 긴급재난문자(CBS)를 최초 관측 후 60~100초 이내 보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이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문자를 송출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내놨다. 홍성대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은 “실제 느끼는 진도이나 예상 피해규모가 크지 않은데 문자를 다 보내면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송출하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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