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파손 고압선 전신주 등에 닿은 뒤 불꽃”
바짝 마른 산림 태우며 축구장 980개 ‘쑥대밭’
경찰, 한전 전신주 설치ㆍ관리 과실 여부 수사
축구장 980개에 이르는 산림 700㏊를 잿더미로 만든 고성ㆍ속초 산불은 바람에 의한 진동 등으로 파손된 고압전선이 전신주와 닿은 뒤 발생한 아크가 바짝 마른 산림으로 옮겨 붙어 일어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가 18일 나왔다.
이에 따라 산불을 부른 직접적인 원인인 고압전선과 전신주 부실관리 여부를 밝히기 위한 경찰의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지난 4일 오후 7시17분쯤 발생한 고성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인 토성면 원암리 미시령길 전신주에 대한 정밀 감정결과를 강원경찰청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2만2,900볼트 고압전선이 떨어져 나간 뒤 전신주 개폐기 리드선과 연결된 부위와 전신주에 닿으면서 아크가 발생했고, 이 불씨가 바짝 마른 낙엽과 풀 등에 옮겨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크는 전기적 방전 때문에 전선에 불꽃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개폐기는 전신주에 달린 일종의 전기 차단기로 한국전력공사가 관리한다.
경찰과 국과수는 고압전선이 떨어져 나간 이유가 바람에 의한 진동 등 반복적으로 굽혀지는 힘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감정 결과를 토대로 전신주 설치 및 관리상 과실 유무를 수사할 방침이다.
고압선이 파손된 이유가 초속 20m가 넘는 ‘소형 태풍급’ 바람으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는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한전의 책임 소재가 가려진다.
앞서 고성ㆍ속초 등 설악권 지역사회는 16일 한전 책임론을 강하게 제시했다. 한전이 관리하는 시설물인 전신주 개폐기에서 시작된 불꽃이 대형 산불로 이어졌기 때문에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정준화(51) 설악권번영회 상생발전협의회장은 “산불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는 대로 법적 조치 등 책임을 묻겠다”며 “이 전신주와 전선이 설치 이후 어떻게 관리돼 왔는지를 경찰이 세밀하게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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