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 밖의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최근까지 이른바 ‘R(침체)의 공포’를 거론하며 중국발 쇼크에 떨었던 국제 증시가 당장 반색할 법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의외로 덤덤하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불안 요소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17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6.4% 로, 시장 예상치(6.3%)를 오히려 웃돌았다. 특히 3월 산업생산 증가율(8.5%)은 2014년 7월 이후 가장 높았고, 1분기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6.3%로 반등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인프라 투자를 위해 2조1,500억위안 규모의 특별채권 발행을 허가했고 2조위안 규모의 감세정책도 펼치는 등 성장률 둔화를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국발 호재를 받아 든 유럽과 미국 주요 증시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17일 영국 FTSE100 지수는 전날보다 0.02% 오르는데 그쳤고 미국 뉴욕 증시의 S&P500과 다우존스 지수는 되려 각각 0.23%, 0.01% 떨어진 채 마감됐다.
주식시장의 이런 미온적인 반응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의문을 방증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의 경제지표 호조가 경기부양책에 의존한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지난 1분기 중국에선 국유기업ㆍ자본 투자가 6.7% 늘어나 작년 3월 이후 가장 크게 팽창했지만, 민간 투자는 6.4% 증가로 이에 미치지 못했다.
영국의 온라인거래플랫폼 CMC마켓의 데이비드 매든 분석가는 “중국 통계를 분석해 보면 민간자본의 줄어드는 투자를 국유자본이 대체했고, 자동차 같은 대형 소매품목 판매는 줄어드는 등 지표만큼 실상이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지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양책에 따른 부채 증가는 금융 불안정성 문제를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6일 중국 경제 보고서에서 “인프라 투자가 단기 성장을 떠받칠 수는 있지만 결국 투자 불균형을 유발해 중기 성장은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 역시 이를 경계하고 있다. 마오성융(毛盛勇)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중국 내부의 구조적 모순 등을 고려하면 경제의 하방 압력은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자동차ㆍ가전제품 등 산업을 중심으로 추가 부양책을 검토 중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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