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을 ‘빼앗겼다’고 하는데, 사실은 스스로 내주고 있는 것입니다.”
박원기 네이버 비즈니스플랫폼(NBP) 대표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클라우드 업체와 협업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일부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의 방식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기업들이 원천기술을 개발해 서로 경쟁하는 길을 포기한 채 해외 플랫폼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손과 발이 돼 주는, 편한 길을 가고자 하는 현상에 대한 지적이었다.
네이버는 18일 강원 춘천시에 설립한 자체 데이터센터 ‘각(閣)’에서 2017년 진행하고 있는 클라우드 사업의 사업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네이버 클라우드 사업을 도맡고 있는 NBP의 성과를 자랑스럽게 내놨다. 지난해 전년보다 매출이 84% 성장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현재 6,000여개 고객사에 119가지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힘줘 강조했다. 그는 “지난 2년간 기술 경쟁력 등 내실을 다져왔다면, 올해부터는 공공ㆍ금융ㆍ의료 분야의 ‘데이터 주권’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AWS나 MS에 대한 실질적인 ‘선전포고’였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와 MS가 80% 수준을 차지할 만큼 외국 기업들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2016년부터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AWS와 MS, 오라클, 알리바바에 이어 최근 구글까지 클라우드 리전(데이터센터 묶음)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할 정도로 어느 새 우리나라 기업은 배제된 ‘그들만의 리그’가 돼 버렸다. 이들의 국내 침공은 당연히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한상영 NBP 클라우드서비스 리더는 “한국은 2022년까지 클라우드 시장이 매해 평균 19%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주목 받는 시장”이라며 “네트워크 환경이 잘 구축돼 있으면서 5G,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초라하기만 하다. 네이버를 비롯해 KT와 NHN 정도가 전부다. 그렇다고 기술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박 대표는 “국내 서비스는 해외 서비스에 비해 질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다”고 토로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기술이나 서비스 수준이 해외 사업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충분히 올라왔다”고 강조했다.
이들 ‘공룡’과 대적할 네이버의 무기는 ‘발 빠른 커뮤니케이션’이다. 지난해 11월 AWS 서버에 약 1시간30분간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들이 AWS가 빠른 대처에 나서기는커녕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박 대표는 “우리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24시간 직접 제공할 수 있다”며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우리와 같은 뜻을 가지고 함께 경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춘천=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