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ㆍ니카라과ㆍ베네수엘라에 금융제재 단행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등 좌파정권 힘 빼기
“내년 대선 앞 히스패닉 지지층 결집용”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남미 “폭정 트로이카”로 지목한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를 겨냥해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최근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사회주의 국가에 압박 수위를 높이며 미국의 뒷마당 격인 중남미 대륙 관리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내년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지지성향이 강한 사회주의 국가 출신 유권자들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쿠바 피그스만 침공 58주년 기념행사에서 이들 3개국에 대한 신규 제재 방침을 밝혔다. 우선 1959년 쿠바 혁명 당시 쿠바 정부에 자산을 몰수 당한 미국인이 이 자산을 이용하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했다. 또 미국 내 쿠바 출신 거주자들이 쿠바에 송금할 수 있는 액수를 분기당 1,000달러(약 113만원)로 제한하고, 가족 단위 여행 이외의 쿠바 여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겨냥해선 베네수엘라중앙은행(BCV)에 추가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볼턴 보좌관의 발언 이후 성명을 통해 “재무부는 BCV가 불법적인 마두로 정권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BCV를 (제재대상에) 지정했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또 “다니엘 오르테가(니카라과 대통령)의 비자금 창구”라며 니카라과 은행 뱅코프(BanCorp)를 제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제재 방침은 중남미 내 반미 좌파정권의 힘을 빼고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볼턴 보좌관은 신규 제재조치를 발표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쿠바는 마두로를 지원하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고통을 방치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 마두로는 쿠바의 꼭두각시”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쿠바는 수년 동안 위협과 억압, 폭력의 전술을 베네수엘라에 수출해왔다”고 비난했다.
다만 이번 발표가 플로리다주에서 피그스만 침공 참전용사들을 앞에 두고 이뤄진 만큼 국내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反)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이 지역의 쿠바, 니카라과 출신 유권자를 겨냥한 노림수라는 것이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플로리다주는 미 대선의 대표적 경합주이자, 수많은 쿠바와 중남미 이민자들이 사는 곳”이라며 “(이번 제재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승리를 안겨준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볼턴 보좌관은 이날 참전용사들에게 “우리는 앞으로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서반구와 ‘이 나라(미국)’에서 공산주의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내 히스패닉 유권자는 230만 명으로 전체의 17%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중의 3분의1 가량인 쿠바 출신은 공화당의 확고한 지지층으로 보고 있다. 카를로스 쿠르벨로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번 제재가 쿠바 출신 미국인들의 결속을 다지고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콜롬비아 출신 미국인들을 유혹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제재로 표를 얻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보가 이어진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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