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이냐 재창조냐. 프랑스 정부가 화마로 무너져 내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재건 설계를 국제 공모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정부는 “현시대의 기술과 경향에 맞는 새로운 첨탑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공모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원형을 살려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위한 특별 각료회의를 마친 뒤 이 같은 방침을 밝히고 “국제공모를 통해 원작자가 구상했던 것처럼 첨탑을 재현할지, 아니면 유산이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흔히 그러하듯 노트르담에 현대의 기술과 도전 의식을 살린 새로운 첨탑을 세울지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화재로 무너져 내린 96m 높이의 첨탑은 1859년 성당의 보수 공사를 맡았던 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에 의해 새로 추가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기존의 첨탑도 ‘현대화’의 산물인 셈. 노트르담 대성당은 12세기 주피터 신전을 허물고 세워지기 시작해 약 200년에 걸쳐 완공됐다. 그 이후에도 계속 다양하게 다시 지어지며 프랑스의 대표 건축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로이터는 “유산을 지키려는 의식이 강한 파리 시민들을 생각하면 대성당의 외형을 바꾸자는 의견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지금은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파리의 상징 에필탑도 1887년 착공 당시에는 ‘예술 도시인 파리의 아름다움을 망치는 흉물’ 소리를 들었고,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랜드마크인 유리 피라미드도 ‘건축학적 웃음거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노트르담 현대화’를 두고도 이미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프랑수아 드 마제레스 베르사유 시장은 “노트르담 대성당은 정체성을 회복해야 할 상징적 건물”이라면서 “현대의 소재가 삽입된다면 사람들은 원래 건물이 담고 있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건 방식을 두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철이나 강화유리 같은 현대적인 재료를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대부분 원재료를 고집할 것인지가 핵심 결정사항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노트르담 첨탑의 경우 나무 500톤과 납 200톤으로 지어졌다. 워싱턴국립대성당의 보존 시설국장인 제임스 셰퍼드는 WSJ에 “원래대로 다시 합칠 것인지, 아니면 건축물이 더 오래 지속되도록 일종의 현대적 지원을 더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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