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표지석 글씨 주인공
“남북관계가 잘 풀리고 통일이 이뤄져 대한민국이 평화와 번영의 길이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지난해 4월 27일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에 심은 소나무 표지석에 글씨를 쓴 여태명(63) 원광대 교수가 20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길 이화아트갤러리에서 전시회 ‘평화와 번영’을 연다. 4ㆍ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1주년과 3ㆍ1절 100주년을 기념해 평화와 통일, 민족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전북 진안 출신인 그는 평생 한글 민체(조선 후기 민중의 삶을 자유롭게 표현한 서체)를 연구해 역사적인 배경과 흐름을 최초로 정리한 독보적인 학자이며 예술가다. 먹과 붓으로 글씨와 그림의 경계를 넘나들며 조화롭게 세상을 그린다. 지난 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무 위원장이 화해와 평화의 약속으로 기념 식수를 할 때 쓰인 표지석에 휘호를 쓴 서예가로 더 유명해졌다.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고 쓴 그의 글은 외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제작한 서예와 서화, 도자기 등 6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오랜만에 대형 작품이 여러 점 출품됐다. ‘평화’라는 단어를 한글,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폴란드어 등 세계 여러 언어를 사용해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의 키만큼이나 큰 붓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표현한 천지인 시리즈는 거대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용암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1932년 경북 상주에서 간행된 동학정신을 상징하는 ‘궁을십승가’를 자신만의 민체로 바꿔 제작한 작품은 이번 전시의 의미를 더해준다. 특히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제작한 5m길이의 기미독립선언서는 광개토대왕비의 한자 서체와 훈민정음, 용비어천가의 한글체를 조화롭게 혼용한 작품으로 작가의 독창적인 서체의 진수를 보여준다.
여 교수는 “평화의 길로 가는 남북정상회담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 한다”며 “지난해 잘 풀려가던 남북문제가 최근 북미회담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난해 남북 두 정상이 말한 것처럼 한반도 평화 선언이 앞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잘 풀어나가길 소망하고 작품 활동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익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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