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까지 매월 셋째 토요일, 20일 첫 행사풍물 판소리 공연, 다양한 민속놀이도
“기울어진 국운을 바로잡기엔 내 힘이 무력하기 그지없고 망국의 수치와 설움을 감추려니 비분을 금할 수 없구나. 피치 못해 가는 길이니 내 아들아 너희는 어떻게 하든지 빼앗긴 나라를 기어이 되찾아야 한다. 죽을지언정 친일하지 말고 먼 훗날에라도 나를 욕되게 하지 마라”
1910년 경술국치에 항거해 자결한 홍범식 선생이 그의 아들 벽초 홍명희에게 남긴 유서의 내용이다. 아버지의 유훈을 받은 홍명희는 괴산 고향 집에서 3.1운동을 주도하고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충북 괴산군 괴산읍 동부리에 있는 ‘홍범식 고가’는 독립운동가 홍범식·홍명희 부자가 태어나 자라고, 홍명희가 괴산 만세운동을 준비한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20일부터 오는 10월말까지 매달 셋째 주 토요일 문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홍범식 고가에서 열리는 신나는 이야기 여행’이란 이름으로 진행하는 이 행사에서는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전래놀이 한마당이 펼쳐진다. 풍물 판소리 민요 연극 등 다채로운 전통 공연도 이어진다.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그림책 극장과 계절에 맞춰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된다. 바람이 선선해지는 10월에는 괴산두레학교 어머니들이 시 전시회와 시 낭송회를 열어 가을밤을 수놓을 예정이다.
괴산군은 고장의 문화재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6년부터 홍범식 고가에서 갖가지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홍범식 고가는 1730년 경 건축돼 조선 후기 중부지방 양반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3.1운동과 관련된 유적이자 항일지사의 생가로 문학사적,역사적 가치가 높아 2002년 충북 민속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됐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홍범식 고가에 서린 역사적 의미와 가치에 교육, 체험, 관광을 엮어 괴산을 대표하는 문화재 향유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며 “올해는 괴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홍범식 고가 문화행사의 의미가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