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무기 종류와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에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며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어 내는 무기가 없다”고 ‘대만족’을 나타냈다. 전날 김 위원장은 평남 순천의 공군부대도 방문, 북한의 주력 전투기 ‘미그-29’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인 김 위원장이 군 부대를 방문하고 신무기 시험을 참관하는 건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연이틀 군사 행보를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한 의도는 비핵화 협상 교착 속에 저강도 시위로 미국을 압박해 다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 “(핵ㆍ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급할 게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장을 보내면서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 시험으로 수위를 조절해 추가 제재의 빌미는 피해 간 셈이다.
그러나 이런 어깃장은 제재 완화가 절실한 북한의 속내만 드러낼 뿐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하고 긴장감만 높이는 악수다. 당장 한 달 가까이 침묵하고 있던 대북 초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다시 미 언론에 등장,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해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진정한 징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양국 정상의 ‘궁합’마저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이르면 2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러 정상회담도 출구가 되긴 힘들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고 해도 제재의 뒷문이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4차례나 찾아간 중국도 북한 요청을 거부한 마당에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가며 북한을 돕기는 힘들다. 이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모스크바에서 사실상 제재 단속을 하는 모양새다. 결국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결단을 하지 않는 한 어떤 꼼수나 몽니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군사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제재를 피할 묘수를 궁리할 게 아니라 남북 정상회담부터 응하는 게 북한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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