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엔 “추진할 뜻 없다” 논란 확산 진화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추면서 본격적인 ‘금리동결 모드’로 들어갈 방침을 분명히 했다. 우리 경제가 ‘1분기 쇼크’를 딛고 잠재력에 부합하는 성장세를 회복할 거라며 금리인하 기대를 차단하면서도, 미약하게나마 켜두었던 ‘인상 깜빡이’는 확실히 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금통위는 회의 직후 공개한 의결문에서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사실을 밝히며 그간 유지해온 2개의 문구를 뺐다. ‘(경기 흐름에 따라)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와 ‘국내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대목이다. 전자는 한은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여전히 인상 의지를 갖고 있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로, 후자는 통화정책의 핵심 기준지표인 국내총생산(GDP)갭(실제성장률-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 방향으로 커지는 추세가 아닌 만큼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필요하지 않다는 한은의 판단으로 읽혀왔다.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내릴 필요는 없으며, 조정해야 한다면 오히려 인상 쪽’이라는 한은의 기존 통화정책 방침을 뒷받침하던 핵심 문구들이 한꺼번에 삭제된 셈이다.
다만 한은은 이번 결정이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과 맞물려 시장에 금리인하 기대를 키울 가능성을 강하게 견제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주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부터는 통화정책 방향을 사전에 정해놓기보다는 경기 흐름을 지켜보고 판단하자는 뜻에서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우리(금통위)가 바로 금리 인하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올해 1분기에 수출과 투자가 부진해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지만, 이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보일 거라고 예상한다”고도 했다. 정부가 6조~7조 규모로 편성을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의 경기부양 효과가 이번 전망에 반영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 총재는 다만 △미중 무역협상이 부정적 방향으로 귀결될 경우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시장이 ‘하반기 회복 전망’에서 벗어나 계속 부진할 경우엔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 회자되고 있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액면가 조정)에 대해 “추진할 생각이 전혀 없고 가까운 시일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엄중한 점을 감안하면, 리디노미네이션보다는 우리 경제의 활력과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이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이후 학계, 정치권 등에서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이날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정부 입장에서 지금은 리디노미네이션을 논의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라며 보조를 맞췄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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