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내 초등학교 대부분이 아동용이 아닌 성인용 식기도구를 사용하고 있어 아동발달 단계를 고려한 식기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18일 “광주지역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의 급식 시설 개선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광주시교육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두 단체가 광주지역 154개 초등학교 급식 식기사용 실태를 파악한 결과, 아동용 수저를 사용하는 학교는 단 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51개교는 성인용 수저를 사용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상당수 학생들은 젓가락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숟가락 만으로 밥을 먹거나 젓가락을 사용하더라도 중간부분을 잡고 ‘X자’ 형태의 잘못된 젓가락질을 할 수 밖에 없고, 일부 병설유치원은 소위 ‘에디슨 젓가락’을 수익자 부담으로 구입해 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숟가락도 성인용이다 보니 학생들이 식사 때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신체조건에 안 맞는 어른용 수저를 주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취지의 진정을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에 제기해 실태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 등 일부 교육청은 어린이용 수저 보급을 권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설유치원의 급식실태는 더욱 심각해 광주지역 병설유치원 119곳 가운데 전용급식실이 있는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이 대부분 초등 급식실과 공동사용하고 있다. 원아들의 신체 기준이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유치원생과 초등생의 경우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다르고 특정 음식을 씹고, 소화하는데도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동일 식단을 제공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적잖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급식용 수저 구입비는 막대한 급식 예산에 비하면 규모가 작아 교육청과 단위 학교 의지만으로 편성이 가능하고 지역에서 운영되는 가정어린이집 형태로 필수조리기구와 위생ㆍ소독기구 등을 갖춰 조리사 1명이 운영한다면 최소 예산으로도 별도 유치원 급식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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