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ㆍ박근혜정부 시절 선임됐던 5기 헌법재판소의 마지막 구성원인 서기석(66ㆍ사법연수원 11기)ㆍ조용호(64ㆍ10기) 헌법재판관이 18일 퇴임식을 갖고 6년 간의 임기를 마쳤다. 두 재판관은 퇴임사를 통해 “중립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서기석 헌법재판관은 이날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지난 6년간 우리 사회는 극심한 정치적ㆍ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겪었고, 정제되거나 해결되지 못한 사건들이 헌법재판소로 쏟아져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정치적ㆍ이념적으로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열린 시각으로,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조용호 헌법재판관도 퇴임사에서 “날선 헌법적 감각과 신독(愼獨)하는 자세, 균형 잡힌 시각과 열린 마음으로 헌법재판에 임하고자 했다”며 “과잉금지 심사를 할 때는 다수 사건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부터 의심해 보았고, 법익의 균형성과 관련해서는 무엇이 공익이고, 공익과 사익의 비교는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보고연구관들과 자주 토론을 하면서 고민했다”고 밝혔다. 또한 “결정문을 작성할 때도 무미건조한 법논리 전개에 그치지 않고 나름의 멋내기 등 새로운 시도도 해보았다”며 “6년 동안 내린 많은 결정에 대해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두려움이 앞선다”고 소회를 밝혔다.
2013년 4월 박근혜 대통령 지명으로 헌재에 입성한 두 사람은 5기 헌법재판소의 마지막 구성원이다. 5기 헌재는 공안검사 출신인 박한철(61ㆍ사법연수원 13기) 헌재소장 체제에 걸맞게 과거 어느 때보다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재판관 역시 작년 6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는 등 보수적 성향이 강한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낙태죄 선고에서 서기석 재판관은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반면 조용호 재판관은 ‘합헌’으로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두 재판관 퇴임에도 헌재 업무 공백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후임으로 지명된 이미선ㆍ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여야 대치로 난항을 겪고 있지만, 청와대는 결격 사유가 없다고 보고 19일 임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까지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고, 19일 전자결재로 두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할 전망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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